한국 골프의 ‘레전드’ 최경주(48·SK텔레콤)와 박세리(41)가 다시 뭉쳤다.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감독으로 남녀 골프 대표팀을 이끌었던 이들은 이번에는 ‘꿈나무 멘토’로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
15일 인천 스카이72 골프앤리조트 하늘 코스(파72·7,085야드). 스승의 날인 이날 골프코스에는 국내 최고의 프로선수들과 주니어 유망주들이 만나는 자리가 마련됐다. 17일부터 나흘간 열리는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SK텔레콤 오픈의 부대행사로 진행된 ‘재능나눔 행복라운드’. 이 대회의 재능기부 프로그램인 이 행사는 프로선수들이 꿈나무들에게 골프 기술과 자신의 경험·노하우를 지도하는 시간으로 채워졌다. 최경주와 박세리를 비롯해 1990년대 전후 국내 남자 골프를 주름잡았던 박남신·강욱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출신의 박지은·한희원·김영·이미나·김주연 등이 멘토로 참여했다. 주니어 선수 15명은 남녀 국가대표 등으로 채워졌다.
스승의 날 기념 케이크 커팅으로 시작된 이날 동반 라운드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주니어 선수들은 처음에는 긴장하기도 했지만 금세 대선배들과 가까워졌고 기술과 경험에 대한 조언을 들을 때는 진지한 표정으로 임했다.
아시아 최초의 LPGA 투어 명예의전당 회원인 박세리는 “주니어 시절 당시 최고 선수였던 고(故) 구옥희 선배님과 18홀을 돈 적이 있는데 그때 말씀은 그리 많지 않으셨지만 배운 게 많았다. 나도 후배들에게 그런 존재가 되려고 애썼다”고 말했다. 손가락을 다쳐 채를 잡지 못한 박세리는 이날 18홀 내내 레슨에 열중했다.
‘멘토’로 변신했던 최경주는 다시 ‘탱크’로 돌아온다. 17일 이곳에서 개막하는 SK텔레콤 오픈(총상금 12억원)은 최경주의 텃밭이나 다름없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통산 8승의 그는 후원사가 개최하는 이 대회에 지난 2008년부터 11년 연속으로 출전한다. 2003·2005·2008년 3승으로 대회 22년 역사에서 가장 많은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10년 만에 정상 탈환을 노리고 출사표를 냈다. 최경주는 이번 시즌 미국 PGA 투어에서 13개 대회에 출전해 일곱 차례 컷오프를 기록했지만 3월 코랄레스 푼타카나 챔피언십 공동 5위로 25개월 만에 톱10에 입상했고 SK텔레콤 오픈에서는 지난해에도 3라운드까지 3위(최종 18위)를 달리는 등 강한 면모를 보여왔다.
우승후보들 중에는 일본을 주 무대로 하는 선수가 많다. 이달 6일 끝난 GS칼텍스 매경 오픈에서 우승한 박상현(35·동아제약)은 2개 대회 연속 우승을 노린다. 가장 최근 KPGA 투어 2연승은 3년 7개월 전인 2014년 나왔는데 그 주인공도 박상현이었다. 2009년 생애 첫 우승을 SK텔레콤에서 차지한 박상현은 2016년 3위, 지난해에는 2위에 올랐다. 2014년 이 대회 챔피언 김승혁(32), 2016년 우승자 이상희(26), 이 대회에서 준우승만 세 번(2011·2014·2016년) 기록한 김경태(32·신한금융그룹)도 2억5,000만원의 우승상금을 노린다. 국내파로는 개막전 DB손해보험 프로미 오픈 우승자 전가람(23), 지난해 1승씩을 거둔 이정환(27)과 이형준(26·웰컴디지털뱅크) 등이 눈길을 끈다. 지난해 우승자 최진호(34·현대제철)는 유럽 투어에 전념하느라 출전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