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들이 소방 안전을 이유로 거주자우선주차구획을 잇따라 없애면서 주택가 주차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보다 효율적인 주차장 확보와 함께 시민들이 다소의 불편을 참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서울시는 오는 7월 말까지 소방차 출동과 화재 진압을 방해하는 관내 거주자우선주차구획 989면을 없애기로 했다고 15일 밝혔다. 고홍석 서울시 도시교통본부장은 “주차 편의가 안전보다 우선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거주자우선주차구획은 주택가 등의 주차난 완화를 위해 차량을 소유한 실제 거주민에게 우선 주차권을 부여한 공간이다. 서울 시내에는 약 12만면의 거주자우선주차구획이 설정돼 있다. 별도 주차장으로 돼 있는 곳도 있지만 대부분은 도로 한쪽에 선을 그어 주차구획으로 삼고 있다. 때문에 도로가 좁아져 안전사고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이번 서울시의 정비 대상은 폭 3m의 소방차 통행로가 확보되지 않거나 도로 모퉁이 또는 소방용수시설, 비상소화장치가 설치된 곳으로부터 5m 이내에 설치된 주차면이다. 시는 자치구·소방서와 합동 점검을 통해 지난달 기준으로 일단 989면을 정비 대상으로 삼았다. 이 가운데 30%인 288면의 주차구획을 이미 없앴고 나머지는 7월 말까지 제거할 계획이다.
아울러 기존에는 이면도로 폭이 6m 미만이라도 노상주차장 설치가 가능했지만 재난구조용 긴급자동차 통행에 지장이 없는 경우에만 설치가 가능하도록 자치구 주차장 관련 조례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서울시는 전했다.
자치구들도 잇따라 거주지우선주차구획을 손질하고 있다. 강남구는 지난해 소방차 방해 등 이면도로 통행에 불편을 주는 관내 230여면의 거주자우선주차구획을 없앴다.
문제는 이 때문에 주택가 주차공간이 크게 줄어든다는 것이다. 일단 서울시와 자치구들은 별도의 주차장을 마련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주차장 시설 개선비 지원을 통해 야간에 빈 건축물 부설 주차장을 인근 거주자에게 공유하도록 유도하며 1만800면을 확보했고 올해 16곳, 2,000여면 규모의 공영주차장 건설을 추진 중이라고 이날 설명했다. 다만 그동안 바로 집 앞에서 손쉽게 거주자우선주차구획을 이용하던 주민들로서는 별도의 주차장으로 이동하는 것이 불편할 수밖에 없다.
서울시 집계에 따르면 서울 시내 주차공간은 총 400만면으로 시의 등록차량(310만대)보다 훨씬 많다. 하지만 공공주차장은 주로 대로변이나 공원 등 유휴공간을 중심으로 설치돼 주택가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반면 도심이나 주택가 인근의 주차공간은 부족하다. 서울 시내에서는 매년 약 300만건의 불법 주정차 단속이 이뤄지는 데 이중 80%는 3차로 이하 이면도로에서 발생한다.
도심 주차장 확보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안전과 편의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국 시민들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도로교통 분야 한 전문가는 “이용의 편리함 때문에 집 앞 거주자우선주차구획이 늘어나면서 이면도로 통행을 막고 있는 실정”이라며 “다소의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공공주차장을 더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