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안전에도 다양성이 힘이다

조종묵 소방청장




손가락을 소재로 한 유머 중에 “다섯 손가락이 서로 자기가 최고라고 주장하며 싸웠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런데 결국 최후의 승자는 전체 구성원으로서의 가치를 말한 새끼손가락이었다. 다른 손가락들이 최고다, 재주가 많다, 가장 길다, 귀하다 등의 주장을 나름 펼쳤지만 그들은 조화보다는 자기만 생각했다는 한계가 있었다. 어느 조직이 동일 학문 전공자나 출신으로만 이뤄져 있다면 그 조직은 얼마 가지 못하고 위기에 봉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소방차가 수천 개의 부품으로 구성돼 있듯이 소방행정은 매우 다양하며 때로는 이질적으로 보이는 것들과도 결합해 이뤄진다.

취약계층 안전복지를 담당하는 사회복지 전공자, 소방홍보를 위해 카메라를 들고 뛰는 영화학 전공자, 소방점검을 하는 전기나 건축학 전공자 등과 같이 다양한 지식과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소방서비스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소방과 전혀 관련이 없을 것 같은 음악이나 미술과 같이 예술 전공자도 꼭 필요하다. 그리고 다양한 경험의 소유자도 소방의 소중한 자원이다. 산악 전문가에서 구조대원이 된 소방관, 이벤트 사회자로 이름을 날리다가 어린이 안전교육 강사가 된 소방관, 케이블TV 아나운서에서 119방송 아나운서가 된 소방관 등등. 이것은 가상이 아니라 현재 소방에 실제 근무하고 있는 직원들의 이력이다.


‘인재가 미래’라는 구호는 이제 너무 많이 보고 들어서 식상할 수도 있지만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것이 바로 인재개발이다. 그것은 학력의 높고 낮음을 의미하지 않는다. 목표를 향한 열정과 노력이 더욱 소중하다. 청와대에 설치된 태스크포스(TF)가 주축이 돼 추진하는 화재안전 특별대책 중에 가장 역점적인 시책이 교육과 훈련의 강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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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서울시는 열악한 소방교육시설을 획기적으로 보강하기 위해 대규모 예산을 투입해 은평뉴타운 지구에 세계적 수준의 소방학교를 건설하고 있다. 그리고 충남 공주로 이전하는 중앙소방학교에는 지휘역량강화센터 건립이 추진된다. 특히 이 센터의 시설은 4D와 가상현실(VR) 같은 4차산업 기술을 적용해 실제와 같은 상황을 부여함으로써 지휘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그리고 이것은 소방관 교육뿐 아니라 일반 시민교육에도 적용시켜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지금 전국 여덟곳에는 시민안전체험관이 운영 중이다. 실제상황과 비슷한 위기탈출 체험을 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이 실제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할지는 훈련을 받아 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다. 안전에 너와 내가 없듯이 다양한 인재와 기술이 활용돼야 국민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 다양성을 최대한 활용한 한국의 안전기술이 최소한 아시아 최고가 되고 여러 나라에 수출되는 날도 머지않았다. 향후 5년간 총 2만명, 올해만 약 5,000명의 소방인력을 충원할 예정이다. 소방공무원 시험에 다양한 전공과 경험을 가진 많은 인재들이 도전해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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