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딸의 친구를 성추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어금니 아빠’ 이영학(36) 씨가 항소심 공판에서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 씨 변호인은 “사형선고가 마땅한지 다시 한 번 살펴봐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17일 서울고등법원 형사9부(김우수 부장판사) 심리로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상 강간 등 살인·추행유인·사체 유기 등 혐의로 구속기소 이 씨의 항소심 첫 재판이 열렸다. 이날 이 씨는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이 씨의 변호인은 “피고인의 범행 내용·동기 등을 봤을 때 비난받아 마땅하다”면서도 “사형이란 법정최고형은 되돌릴 수 없으며, 대법원 판례를 봐도 교화 가능성이 전혀 없고 사형이 정당화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이 씨에게 인정되는지 다시 살펴봐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이 씨는 14개의 죄명이 적용되고 있다”며 “무고 혐의까지 있을 정도로 자신의 죄를 뉘우치지 못하고 있으므로 사형을 선고한 1심 판결은 당연하다 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추가로 변호인은 이 씨의 정신·심리학적 상태를 평가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재판부는 공주치료감호소 등에서 정신감정을 할 필요성이 있는지 검토해 보라고 변호인 측에 주문했고, 변호인은 자리에서 바로 정신감정을 신청했다.
김 부장판사는 검찰이 제출한 통합심리보고서에 피고인의 정신 상태에 관한 내용이 제대로 반영돼 있는지 검토해달라고도 주문했다. 해당 보고서에는 피고인 이 씨가 정신지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적혀 있는 반면 병원 진단서에 의하면 이 씨는 지적장애 3급·중증장애 2급으로 나타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재판부는 검찰에 “이 씨의 범행이 치밀한 계획 범행인지 우발적인 것인지 공소장에 드러나지 않는다”며 “사람을 살해한 동기와 경위가 정확하게 무엇인지 밝혀달라”고 요청했다.
이 씨는 지난해 9월 딸의 친구를 자신의 집으로 유인해 수면제를 먹여 재운 뒤 추행하고 다음 날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피해자 시신을 여행용 가방에 넣어 승용차에 싣고 강원도 야산에 유기한 혐의도 공소사실에 포함됐다. 이 밖에 아내(사망)를 성매매하도록 알선하고 그 장면을 몰래 촬영한 혐의, 자신의 계부(사망)가 아내를 성폭행했다고 경찰에 허위 신고한 혐의, 아내를 폭행한 혐의 등도 있다. 1심 재판부는 사형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