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美 세컨더리보이콧 위협에...스스로 짐싸는 유럽

佛 최대 정유사 토탈 "이란 제재로 가스전 사업 지속 불가"

덴마크 머스크탱커도 "고객사와 계약 단계적 감축" 선언

EU "핵합의 존속 " 재확인 불구 기업들 동요에 실효성 의문

도날트 투스크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이 16일(현지시간) 회원국 만찬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소피아=AP연합뉴스도날트 투스크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이 16일(현지시간) 회원국 만찬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소피아=AP연합뉴스



미국이 이란과의 핵 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탈퇴를 공식화한 지 약 열흘 만에 이란 사업에서 손을 떼겠다는 유럽 기업들이 줄을 잇고 있다. 이란과 거래하는 제3자까지 제재한다는 미국의 ‘세컨더리보이콧’ 위협에 백기를 든 것이다. 유럽연합(EU)은 애써 이끌어낸 핵 합의를 존속시켜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기업들이 동요하면서 대응책 마련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프랑스 최대 정유업체 토탈은 16일(현지시간) 자사가 미국의 이란 제재 예외를 인정받지 못한다면 지난해 7월 수주한 이란 사우스파르스 가스전 사업(SP11)에서 손을 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토탈은 “제재로 달러화 조달이 중단되고 미국 사업까지 잃을 수 있다”며 “이란 사업에 투입한 비용이 4,000만유로를 넘지 않은데다 사업을 중단해도 연 5%씩 생산량을 늘리는 데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토탈은 지난 2016년 1월 이란 핵 합의 이행 이후 서방 에너지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현지 투자에 나섰다. 중국석유천연가스집단(CNPC), 이란 국영석유회사(NIOC) 자회사인 페트로파르스와 합작법인을 세우고 SP11에 역대 최대 규모인 48억달러(약 5조2,000억원)를 쏟아부을 예정이었다.


이번 결정은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대이란 제재로 인한 피해가 사업 중도 포기에 따른 손실보다 크다는 판단에 근거한 것이다. 미 재무부는 8일 대이란 제재 부활을 예고하며 오는 11월4일부터 이란과의 에너지 거래를 금지하고 이를 어기는 제3국에 대한 제재를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토탈은 11월까지 모든 대이란 에너지 관련 사업을 중단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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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탈의 발표로 논란이 일자 비잔 남다르 장게네 이란 석유장관은 “CNPC가 토탈 보유지분을 인수해 SP11 사업을 이어갈 것”이라며 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이란 사업에서 발을 빼는 것은 토탈뿐이 아니다. 이날 덴마크 머스크라인의 유조선 부문인 머스크탱커도 “11월4일까지 이란 고객사와의 계약을 단계적으로 감축하겠다”고 발표했으며 11일에는 세계 2위 해운사인 스위스 MSC도 이란 사업이 타격을 받을지 조사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기업들이 동요하자 EU 28개 회원국은 이날 불가리아에서 모여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 자리에서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적보다 못한 친구”라고 비난하며 각국 정상들과 핵 합의 유지를 재확인했다.

하지만 EU의 이 같은 노력이 얼마나 실효성을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EU는 이란이 핵 동결을 지속할 경우 현지 투자를 보장할 방침이지만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이탈하면 EU와 유럽에 핵 합의를 유지할 동기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해외 기업의 에너지 투자가 없다면 이란 정부는 핵 합의를 유지할 유인을 찾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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