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민주화운동 당시 공수부대가 시민이 탄 버스를 무차별 사격한 이른바 ‘주남마을 미니버스 사건’이 군 내부 문건을 통해 최초로 확인됐다.
‘너릿재 양민학살 사건’으로도 불리는 이 사건은 영화 ‘화려한 휴가’에서 상세히 묘사돼 계엄군의 비밀 작전명으로도 알려진 ‘화려한 휴가’의 상징처럼 거론돼 왔다. 군은 그동안 해당 사건을 부인해왔지만, 무소속 손금주 의원(전남 나주·화순)이 18일 연합뉴스에 제공한 국방부 대외비 문건을 보면 이미 30년 전부터 그 실체를 알고 있었음을 확인 할 수 있다.
공개된 대외비 문건은 국방부가 국회 광주특위 청문회를 앞둔 지난 1988년 5월 ‘5·23 무장시위대와 교전 후 부상자 처리 결과’라는 제목으로 작성됐다. 국방부는 이 문건에서 “1980년 5월 23일 오후 4시 30분께 공수부대 11여단 62대대 관할 지역에서 계엄군과 시위대 사이에 교전이 벌어져 군인 1명이 부상을 당하고, 시위대 17명이 사망, 2명이 부상했다”는 군 공식 기록을 확인했다.
그러면서 계엄군과 시민 사이에 벌어진 교전을 목격한 다수 군인의 증언과 해당 기록이 같은 사건을 두고 말하는 것으로 판단했다. 당시 현장에 있던 군인들의 증언은 비슷했던 것으로 보인다. 대외비 문건에 담긴 군인들의 증언은 저서나 각종 매체 인터뷰 등을 인용한 것이다.
한 11여단 부대원은 언론인 윤재걸 씨가 펴낸 ‘작전명령 화려한 휴가’라는 책에 실린 수기에서 “군인들이 일제 사격을 개시, 버스에 탄 18명 중 13명이 사망했다”며 “여고생 1명은 오른손에 총상을 입었다”고 작성했다. 11여단 소속 다른 부대원이던 경기만 씨는 “생존자를 끌어내 내가 있던 곳까지 데려온 것을 보았다”며 “리어카에는 청년 2명과 여고생, 부상한 할머니가 있었는데, 할머니는 눈에 총상을 입었다”고 회고했다.
11여단 참모장을 지낸 양대인 씨는 “버스가 검문에 응하지 않고 계속 달리자 계엄군이 총격을 가해 버스 승객 10명가량이 죽었다는 보고를 받은 적이 있다”면서 “유일 생존자인 여고생은 후송됐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양 씨는 “시체는 가매장했다가 광주 탈환 뒤 그 지역대장이 확인, 발굴한 것으로 안다”고도 말해, 너릿재 주변의 ‘암매장’ 가능성도 암시했다.
국방부는 문건의 증건과 기록을 나열하며 “건의 정확한 장소와 시간은 명시하지 않았지만, 23일 발생한 사건으로 추정된다“며 ”특히 부상자 중 ‘여고생 1명’ 포함이 동일하다“고 발표했다. 국방부는 이어 ”국가안전기획부 비공식 자료의 환자 기록은 양 안구(두 눈) 결손 환자 1명으로, 경 씨 주장과 일치한다”며 “23일 52세 여성인 양 안구 결손 환자의 입원 기록으로 미루어 당시 후송됐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결국 국방부가 5·18 당시 계엄군의 민간인 사격 사실을 30년 전 파악하고도 그동안 이를 공식 부인해왔다는 의미다. 손 의원은 “군이 무장하지 않은 부녀자를 향해 무차별 총격을 가하고, 이를 인지했으면서도 부인한 사실이 충격적”이라며 “군이 5·18의 진실 은폐에 골몰한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9월 출범하는 진상조사위원회의 권한을 확대해 군이 은폐했던 모든 진실을 밝힐 수 있도록 국회와 국민의 뜻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손 의원은 앞서 지난 11일 계엄군의 성범죄 규명을 조사 범위에 추가하는 내용의 5·18 특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서영인턴기자 shyu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