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파열음 커지는 J노믹스]"경기하강 자체는 사실...근본 문제는 이념에 치우친 정책"

■전문가들이 본 실체

김동연 부총리·장하성 실장·김광두 부의장 등

경기진단·최저임금·소득주도성장 놓고 엇박자

"靑 미시 흐름만 봐...서민중심 쏠림 정책 수정을"

지난해 12월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1차 국민경제자문회의에 문재인 대통령이 김동연(오른쪽)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및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과 함께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지난해 12월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1차 국민경제자문회의에 문재인 대통령이 김동연(오른쪽)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및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과 함께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새 정부 출범 1년이 지난 시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정책(J노믹스)을 이끄는 주요 수장들이 경기진단과 경제 정책방향을 두고 ‘갑론을박’을 벌이면서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 시발점은 경기 침체에 대한 위기감이다. 최저임금을 앞세운 소득주도성장의 패러다임 변화가 힘을 받으려면 국민 삶이 나아져야 하는데 최근 생산·투자·고용지표가 일제히 부진하면서 정책에 대한 망설임이 경제 컨트롤 타워 간 불협화음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특히 그간 이념에만 치우친 정책을 펴느라 무너진 균형이 제자리 찾기를 시도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청와대가 중소기업, 서민 등 미시적인 부분만 보고 있느라 거시적인 흐름을 놓치고 있다”고 진단하며 “상황이 더 악화하기 전에 경기를 살릴 정책 변화를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저임금부터 경기까지…파열음 낸 J노믹스 3축=김광두 국민경제자문위원회 부의장은 지난 17일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에 대해 비판의 날을 세웠다. 그는 최근 “키우려는 의지보다 나누려는 의지가 더 강한 것 아니냐”, “기업인들의 경제하려는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분배보다는 혁신을 통산 성장 위주의 정책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통화정책 수장인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구조개혁 외에는 답이 없다. 노동시장 경직성 등 구조적 문재를 해결해야 한다”며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반면 경제정책의 키를 잡은 김동연 부총리는 소득주도성장을 밀어 붙이고 있다. 그는 3% 경제성장률을 복원하고 9분기만에 가계소득이 증가세로 돌아선 점을 새정부 출범 이후 주요 성과로 치켜 세웠다. 최저임금 인상과 복지확대가 민간의 소비여력을 높이고 있다는 얘기다.


치열한 논쟁이 붙은 경기진단도 이런 관점 차이의 연장선이다. 기재부가 그린북에서 낙관적 경기판단을 내놓자 김 부의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우리 경제는 침체 초입에 있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김 부총리가 지난 17일 “3~4월 통계만으로 (침체를) 판단하기엔 성급하다”며 재반박했고, 김 부의장이 바로 “경제의 구조가 현상의 추세를 결정한다”며 최근 통계가 잘못된 구조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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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석 달 연속 신규 취업자 증가 폭이 10만명 대에 그치는 ‘고용 쇼크’ 상황에 대한 평가도 제각각이었다. 장 실장이 지난 15일 최저임금과 관련해 “고용 감소 효과 분명히 없다”고 밝힌 다음날 김 부총리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나와 “고용과 임금에 영향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경기 침체 국면 위기감…쏠림 반작용 드러나=J노믹스 핵심 축들의 엇박자는 결국 불안한 경기 상황에서 비롯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지난달 취업자 수 증가는 12만3,000명에 그치며 3개월 연속 증가 폭이 10만명대에 머물렀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여기에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70.3%로 2009년 3월 69.9%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며 제조업 생산도 하락세다. 새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회의론이 제기되는 가운데 내년도 최저임금을 정해야 하는 시점이 도래했고, 반도체 수퍼 호황이 끝날 시기가 도래했다는 전망 속에 핵심 축 간 갈등도 점화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반도체 빼면 (볼 산업이) 없는데, 환율이나 재고, 설비투자 모두 불안하다”며 “늦어도 4·4분기 반도체가 꺾이면 성장률이 굉장히 떨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년간 펼쳐온 일자리·소득주도 성장 정책의 중간평가가 이뤄질 시점에서 이 같은 불안감은 기존 정책의 지속성을 저울질하게 한다. 정권 초 강력한 힘을 바탕으로 지난해 수출 주도의 3% 성장률 복원 국면에서는 정부 핵심축에서 반론이 나오기 힘들었다면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는 얘기다. 김 부의장은 침체를 이야기하고, 김 부총리는 최저임금의 속도 조절을 암시하는 데는 이런 점들이 작용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여기에 정통 관료 출신인 김 부총리와 경제자문기구이자 전 정권 인사로서 ‘쓴 소리’를 담당하는 김 부의장, 정권 정책 방향을 설계하는 시민단체 출신의 장 실장 등 각자의 성장 배경과 역할이 다른 점도 시각 차이를 낳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동근 현대경제연구원장은 “보는 시각에 따라, 어디에 중점을 두느냐에 따라 다르다”며 “결국은 한국경제나 산업이 좋은 방향으로 나가자는 게 목표니까 봉합을 해서 좋은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금이 ‘골든타임’…정책 수정 필요한 때=묵혀진 시각 차와 갈등이 드러난 만큼 이제는 현재 한국 경제 현실을 직시하고 균형을 찾아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 목소리다. 김동원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혜택을 받은 사람들도 있지만 애초부터 최저임금을 못 받던 사각지대 근로자들은 더욱 어려워졌다”며 정부가 하나만 보는 ‘점’의 정책만 펼친다고 지적했다. 정책 결과가 얼마나 다른 사람과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는지 헤아리지 못한 만큼 이제는 혁신성장 등으로 시야를 넓혀야 한다는 얘기다. 김정식 교수는 지금이 ‘골든 타임’임을 강조하했다. 그는 “기업의 의욕을 살릴 정책을 지금 펼쳐야지 (침체에 접어드는)하반기까지 가면 정책 수단도 떨어진다”고 우려했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부 교수도 “3년내 최저임금을 1만원까지 올린다는 공약에 매달려서는 안된다”며 “대기업·공공부문 노동자만 혜택을 보는 근로시간 단축도 문제인 만큼 정책을 되짚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세종=임진혁·빈난새기자 liberal@sedaily.com

김능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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