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르노 '클리오' 2030 사로잡고 해치백 무덤 깬다

초반 가속력 좋고 급경사도 거뜬..'펀 드라이빙' 가능

17.7㎞/ℓ 연비에 1,900만원대..해치백시장에 '생기'

1세대(1990~1998)1세대(1990~1998)




2세대(1998~2005)2세대(1998~2005)


3세대(2005~2012)3세대(2005~2012)


4세대 페이스리프트(2016~)4세대 페이스리프트(2016~)


“현대·기아자동차를 제외하고 해치백 모델을 만든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있었습니까. 한국이 해치백의 무덤이라도 불리는 이유를 여기서 찾을 수 있습니다.”

자동차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국내 해치백 시장을 이렇게 분석했다. 표면적으로는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게 이유다. 그러나 이면에는 해치백의 주 수요층인 20~30 세대의 반 현대·기아차 감정이 있다. 실제로 2007년 현대차가 출시한 해치백 ‘i30’는 그 해 1만1,000대가 판매됐고 2008년에는 2만9,300대가 나갔다. 하지만 2010년을 전후로 ‘해외 시장과 국내 시장 간 차별’ ‘가격 인상’ ‘강성 노조’ 등 여러 원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생애 첫 차를 구매하려는 젊은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현대차에 대한 인식이 나빠졌다. 자연스레 해치백의 수요도 금방 식었다. i30의 판매량은 2010년 7,699대로 줄어든 후 지난해 4,617대까지 밀려났다.


대신 수입차 시장에서 해치백의 인기는 유지됐다. 폭스바겐의 ‘골프’는 2009년부터 지난 2016년 디젤 게이트로 판매가 중단될 때 까지 매년 판매량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2009년 1,361대였던 판매대수는 2015년에는 6,121대까지 늘었다. BMW의 대표 해치백인 ‘118d’와 메르세데스-벤츠의 ‘A200’도 꾸준한 인기를 보이고 있다.

다만 수입 브랜드들이 내놓은 해치백들로는 시장을 형성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일단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다. 현대차의 i30와 ‘벨로스터’ 등과 비교하면 1,000만원 이상의 차이가 자는 수입 해치백을 선뜻 구매할 수 있는 소비자들은 많지 않다. 물량 역시 걸림돌이다. 관련 시장이 크지 않은 한국 시장에 해치백 모델을 공격적으로 배정하는 수입 브랜드들은 많지 않다. 이 같은 국내 해치백 시장의 상황 때문에 업계에서는 르노가 최근 출시한 ‘클리오’에 주목하고 있다. 그 동안 수입 브랜드의 해치백이 가지지 못한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국내 해치백 시장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2115A19 르노


최근 강원도 강릉 일대에서 운전대를 잡아 보니 클리오에 대한 르노의 자신감을 느낄 수 있었다. 이미 외관은 지난해 서울 국제모터쇼에서 공개한 바 있다. 전면과 측면, 뒷모습까지 곡선이 도드라진다. 클리오는 르노삼성의 태풍의 눈이 아닌 다이아몬드 모양의 르노 로장쥬 엠블럼을 달았다. 누적 판매량이 1,400만대를 넘어서는 클리오는 120년 역사의 르노를 대표하는 모델인 만큼 브랜드의 상징성을 국내 시장에서도 강조하겠다는 것으로 읽힌다.


클리오의 파워트레인은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QM3’와 동일하다. 1.5ℓ dCi 디젤 엔진과 독일 게트락 6단 더블클러치변속기(DCT)의 조합이다. 최고출력은 90마력, 최대토크는 22.4㎏·m으로 강력하지는 않다. 그러나 확실히 QM3와는 다르다. 차체가 작고 무게도 가벼운데다 전장에 비해 휠베이스가 긴 해치백의 특성 때문이다. 답답한 가속력이 한계로 꼽혔던 QM3와 달리 초반부터 치고 나가는 힘이 느껴진다. 르노삼성차 관계자가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펀(fun) 드라이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한 이유를 알 수 있을 정도로 클리오는 경쾌했다. ‘가능할까’라는 생각이 먼저 들 정도로 급경사도 거뜬할 정도. 시속 70㎞ 안팎으로 구불구불한 국도의 곡선 구간을 달려도 중앙선을 넘어갈 것 같다는 불안감은 없다. 고성능 차량과 비교할 만한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운전의 재미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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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인 느낌은 20대 중후반에서 30대 중반까지 생애 첫 차를 구매하려는 젊은 층을 사로 잡기에 충분하다는 것. 일단 1,990~2,330만원인 가격이 매력적이다. 가격을 고려하면 편의사양도 빠지지 않는다. 17.7㎞/ℓ에 달하는 연비도 구미를 당긴다.

르노는 클리오의 국내 판매 목표를 월 1,000대 수준으로 잡았다. 연간으로 따지면 1만2,000대 수준이다. 쪼그라든 해치백 시장을 되살릴 만큼 큰 판매량은 아니지만 온기를 불어 넣기는 충분하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현대차 밸로스터현대차 밸로스터


도요타 ‘프리우스 C’도요타 ‘프리우스 C’


BMW 118dBMW 118d


메르세데스-벤츠 A200메르세데스-벤츠 A200


폭스바겐 골프 7세대 페이스리프트폭스바겐 골프 7세대 페이스리프트


일단 소비자의 선택의 폭이 넓어지면서 현대차의 신형 벨로스터, i30 등과의 경쟁을 통해 해치백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수입 해치백 시장 역시 도요타가 ‘프리우스C’를 출시하면서 BMW의 118d, 벤츠의 A200 등에서 다양해 지고 있다. 내년에는 폭스바겐의 대표 주자인 골프도 7세대 페이스리프트 모델로 국내 시장에 돌아올 예정이다.

클리오의 성공 여부는 르노 입장에서도 중요하다. 르노는 클리오의 국내 판매 추이를 보면서 고성능 모델인 클리오RS는 물론, 메간의 국내 출시 여부를 판단한다는 방침이다. 메간 역시 고성능 모델이 있다. 해치백을 포함한 소형 차급, 나아가 고성능 시장까지 동시에 성장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조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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