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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재건 코리아툴링 대표 "中企, 해외시장 뚫으려면 전시회부터 꾸준히 참가를"

"고성능 절삭공구 수요 늘어

넉달 넘게 해외서 거래처 찾아

바이어 눈 들 때까지 전시 참가

페라리가 자사 제품 쓸 만큼

글로벌 인지도 탄탄해져"




“자동차·항공 등 고부가가치 산업에 쓰이는 신소재 가공용 공구시장이 급성장하는 만큼 국내 강소기업들은 해외로 눈을 돌려야 합니다. 해외 관련 전시회에 꾸준히 참가하는 것부터가 시작입니다.”

절삭공구 제조·유통 업체인 코리아툴링의 이재건(45·사진) 대표는 최근 서울 여의도 코워킹스페이스에서 열린 중소기업연구원 주최 ‘글로벌 강소기업 세미나’ 강연 후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산업용 소재의 발전으로 전 세계적으로 티타늄·초경합금 등을 사용한 고성능 절삭공구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1996년 코리아툴링을 창업한 이 대표가 지금껏 방문한 국가만도 줄잡아 130개국. 해외 시장에 공을 들인 덕에 코리아툴링은 현재 19개국, 50여곳 거래처에 드릴·엔드밀·커터 등 절삭공구를 수출한다. 지난해 매출 180억원 가운데 약 34억원(320만달러)이 수출에서 발생했다. 창업 이후 연간 수출이 30억원을 넘은 것은 처음이다.



이 대표는 강연에서 “20년 전에는 국내 절삭공구의 절반이 수입산이었지만 이제 세계 시장에서 호평을 받는 한국 제품들이 나오고 있다”며 “이탈리아 자동차 기업 페라리가 코리아툴링 제품을 쓸 정도로 인지도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해외 시장을 뚫는 데 있어 거래처와의 신뢰 구축은 가장 중요하다. 이 대표는 같은 해외 공구전문 전시회라도 꼭 3번 이상 참가해 거래처에 믿음을 주고 이를 바탕으로 네트워킹을 만들어갔다. 그는 “제품 인지도가 비슷비슷한 수많은 업체들 사이에서 우리 제품을 알아보는 바이어가 나타날 때까지 전시회를 반복해 나갔다”고 설명했다.


그가 처음부터 해외를 눈여겨본 것은 아니다. 2007년 거액의 대출을 받아 서울 가산디지털단지의 공장형 아파트에 입주한 이듬해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다. 차입금 부담에 영업부진까지 겹치자 그는 과감히 수출을 선택했다. 그는 “1년 중 4개월 이상 거래처를 찾아 해외에서 보냈다”며 “돌이켜보면 2008년 위기가 없었다면 지금의 성장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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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도 ‘위기=기회’의 성공법칙을 따랐다. 창업하자마자 이듬해 IMF 외환위기로 공구유통 사업이 휘청거렸지만 국내 기업들이 과거 외면했던 국산 공구로 눈을 돌리면서 반전이 시작됐다. 당시 환율폭등으로 수입 공구값이 국산의 4배까지 치솟았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1999년 이후 국산 공구 수요가 늘면서 매출도 덩달아 상승했다”며 “위기 때마다 발동한 오기가 결국 위기를 극복하고 성장을 견인한 원동력이 된 것 같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중소기업의 해외 시장 공략에 무엇보다 용기가 필요하지만 이것 못지않게 정부 주도의 시장개척단이나 수출지원사업을 제대로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해외 시장에서도 중소기업의 강점을 살릴 수 있는 전문 분야를 선택해야 한다”며 “시장개척단 참가로 실패위험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도 ‘100년 장수기업’을 꿈꾼다. 그는 “기술개발만 갖고는 강소·장수기업이 될 수 없다”며 “새 시장에 도전하기 위한 인수합병(M&A)이 중기에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글·사진=박현욱기자 hwpark@sedaily.com

박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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