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당시 국가정보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과 관련된 풍문을 뒷조사하고 다닌 것은 “정당한 업무가 아니었다”는 당시 국정원 수뇌부의 법정 증언이 나왔다.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은 2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김선일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김승연 전 대북공작국장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원세훈 전 국정원장 시절 수행한 ‘연어사업’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연어사업은 2011년 말 사행성 도박게임 바다이야기 사건으로 해외 도피 중이던 A씨가 노 전 대통령 측근에게 금품을 제공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를 7일 만에 국내에 압송한 일을 말한다. 이 사업에 8,000여만원의 대북 공작비가 쓰였으나 의혹은 사실무근으로 판명됐다.
당시 국정원 3차장이자 ‘연어 사업’ 태스크포스(TF) 팀장이던 이 전 차장은 검찰이 “해외 도피 범죄자를 국내에 신속히 데려오는 게 대북공작국의 담당 업무라고 할 수 있느냐”라고 묻자 “상식적으로 정당한 업무라고 생각하긴 어렵다”고 답했다. 이어 검찰이 “국가 안보와 관련된 일이었느냐”고 여러 차례 묻자 “그랬다면 이렇게 마음의 큰 부담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책임 회피성 발언인 것 같아 죄송하지만, 당시 원장의 지시를 어길 분위기가 아니었다”고 회고했다.
이 전 차장은 검찰이 “당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흠집을 찾아내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던 것인가”라고 묻자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했는지는 모르겠다”면서도 “경찰 인터폴 협조를 구할 수 있었는데도 굳이 원장이 그렇게 지시한 처사에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털어놨다.
원 전 원장 시절 국정원은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미국 비자금 의혹 관련 사찰 활동인 이른바 ‘데이비슨 사업’도 개입했다. 이 전 차장은 “김승연 국장에게서 데이비슨 사업과 관련해 도표로 간략히 보고를 받았다. 당시 도표에 김 전 대통령의 3남 이름이 들어있었다”고 기억했다. 그는 해당 사업은 당시 야권을 흠집 내기 위한 정치적 의도로 시작한 것 같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서영인턴기자 shyu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