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최저임금 산입범위 조정 논의를 본격화하자 노사 간 갈등뿐만 아니라 재계 대표 간에도 갈등이 첨예해지고 있다. 국회가 시간에 쫓겨 산입범위 조정을 강행하려다 보니 갈등을 중재하기보다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20년 만에 노사정위원회가 새판을 짜는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법 개정안이 의결된 첫날 갈등이 증폭되는 양상을 보였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21일 고용노동소위원회를 열어 최저임금 산입범위 조정을 골자로 하는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재논의했다. 이날 고용노동소위원회에서는 ‘새로운 사회적 대화 기구’ 출범을 위한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법 개정안도 의결했다. 이에 따라 1999년 노동계와 경영계, 정부 간 협의체로 출범한 노사정위원회가 비정규직과 여성, 청년, 중소기업, 소상공인, 중견기업 대표까지 참여하는 사회적 대타협 기구로 탈바꿈할 수 있게 됐지만 최저임금 산입범위 조정을 두고 갈등은 더욱 커지는 모습을 보였다.
최저임금 산입범위의 핵심쟁점은 상여금과 수당 등의 포함 여부다. 사용자 측은 최저임금 인상에 맞춰 기본급과 큰 차이가 없는 상여금 등을 최저임금 범위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노동계는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편은 인상 폭과 연계해 최저임금위에서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날 환노위는 밤늦게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한국경영자총협회,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들로부터 각각의 입장을 최종적으로 듣고 밤샘 논의로 차수를 변경하더라도 결과를 도출해내겠다는 강경한 자세를 보였다. 이 자리에서 노동계와 함께 재계 대표인 경총도 산입범위 조정을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논의하자고 주장해 논란은 가중됐다. 경총 관계자는 “최임위의 노사정 테이블에서 입법기관에서 상세히 보지 못하는 현장의 요구 등을 더 상세히 담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중소기업중앙회는 최저임금심의위 공익위원이 친노동계 성향이 강하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노사 간뿐만 아니라 사용자대표 간에도 갈등이 커지는 상황에서 국회 환노위가 헛바퀴만 돌고 있는 형국이다.
그럼에도 국회는 지난 3월 제10대 최저임금위의 마지막 제도 개선 논의에서도 노사가 합의에 실패한 만큼 국회 차원에서 매듭을 짓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민주노총은 여당의 6·13지방선거 출마자 낙선운동까지도 돌입하겠다고 반발하고 있다. 사회적대화기구에서도 탈퇴하겠다는 입장이다.
중재 목소리도 나오기 시작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노사정이 20여년 만에 사회적 대화 기구 개편 방안에 합의한 상황에서 노사정 협의 분위기를 충분히 살려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목희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도 서울경제신문과 전화통화에서 “최저임금위에서도 산입범위를 논의해 볼 수 있다”며 “다만 논의가 장기화될 우려가 있어 국회에서 효과인 논의가 될 수 있도록 이해관계자의 입장을 정리해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송종호·하정연·정민정기자 joist1894@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