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관련 기사를 읽다 보면 ‘아이디어 하나로 성공한’ 이야기를 자주 보게 된다.
비디오 대여점에서 영화 ‘아폴로13’을 빌려본 리드 헤이스팅스는 제때 반납하지 않아 연체료를 낸 것이 아까웠다. 마침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다 비디오 대여를 개당이 아니라 헬스장처럼 월정액으로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것이 세계 최대 동영상 서비스 ‘넷플릭스’의 시작이었다.
명함을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관리하면 편리하지만 기존 명함을 스마트폰에 입력하는 일은 번거롭다. 스캔을 받아도 되지만 글자 인식이 완벽하지 않아 매번 재확인하고 수정해야 했다. 사용자 대신 명함을 입력해주면 어떨까? 명함 관리 앱 ‘리멤버’ 이야기다.
사람들은 촬영한 동영상을 인터넷에서 공유하고 싶어하는데 마땅한 방법이 없었다. 무언가 방법이 필요했다. 그렇게 시작한 ‘유튜브’는 세계 최대 동영상 공유 플랫폼이 됐다.
제대로 된 아이디어만 있으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어떻게 하면 좋은 사업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을까?”
이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먼저 확인해야 할 게 있다. 넷플릭스·리멤버·유튜브의 창업자들이 처음부터 고객이 원하던 아이디어로 시작한 것일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넷플릭스는 연체료 때문에 나온 아이디어가 아니다. 인터넷으로 판매하기 적합한 상품을 찾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 DVD 대여였다. DVD는 향후 비디오 테이프를 대체할 것이고 우편으로 발송 가능하다는 데서 착안했다. 하지만 처음에는 생각만큼 잘되지 않았다. 적자가 쌓이는 절박한 상황에서 생각해낸 아이디어 중 하나가 월정액 모델이었고 반응이 좋아 집중한 것이었다. 명함 관리 앱 리멤버는 원래 모바일 전용 명함을 만들어주는 서비스였다. 명함을 대신 입력해주는 것은 마케팅 방법의 하나였다. 그런데 고객들은 명함 입력에 열광했다. 유튜브는 영상 프로필을 올려 친구를 사귀려고 만든 사이트였다. 그러나 이용자들은 동영상 공유 자체를 좋아했다. 이용자들이 원하는 대로 서비스를 발전시켰다.
이런 사례는 끝없이 많다. ‘인스타그램’은 위치 기반 소셜네트워크서비스로 시작했으나 고객들이 사진 공유 기능에 집중하자 그것만 떼어내 만들었다. ‘그루폰’은 소비자 집단행동 플랫폼 같은 것이었는데 이용자 간 공동구매 캠페인이 잘 되는 것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소셜커머스를 시작한 것이었다.
좋은 사업 아이디어란 고객들이 원하는 것을 제공하는지에 달려 있다. 그것을 알기 위해서는 고객들을 만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작해야 한다. 시작하지 않으면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시작할 때부터 고객이 원하는 아이디어였으면 시간 낭비를 줄일 수 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걸 누가 알겠는가.
“시작할 때는 아무도 몰라요. 아이디어는 원래 완성된 상태로 떠오르지 않습니다. 오직 실행하는 과정에서만 명료해질 뿐입니다. 그래서 지금 바로 시작하면 되는 겁니다.”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의 말이다. /sungjucho@business.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