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로터리]사관학교의 미래지향적 역할

이성용 엑시온 대표·전 베인&컴퍼니 한국대표

이성용 전 베인&컴퍼니 대표



비핵화가 현실로 다가오고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아진 통일의 가능성으로 인해 북한을 둘러싼 추측과 소문이 무성하다. 한반도 안보에 미치는 영향뿐 아니라 이 기념비적인 사건과 관련된 잠재적인 사업 기회에 대해서도 논의되고 있다. 확정되지 않은 소식임에도 서울 북부의 부동산 가격은 슬며시 상승하고 있다. 어린 아들을 둔 부모들은 군 복무가 더 단축될지, 혹은 전면적으로 폐지되지 않을지를 묻고 있다. 그리고 이 모든 논의들 중에 한국의 사관학교에 대한 논쟁도 존재할 수 있을 것이다. 한 가지 흥미로운 관점은 남북한이 하나가 되고 군사력의 역할이 축소돼도 사관학교의 역할과 훈련은 여전히 커다란 중요성을 가진다는 것이다.


우방인 미국의 상황을 보면 이러한 관점이 이해될 수 있다. 많은 독자들은 미 육군 사관학교 웨스트포인트가 군사 장교를 배출하는 곳으로 알고 있겠지만 사실은 그 외에도 기업과 정부를 위한 훌륭한 지도자들을 배출해오고 있다. 필자가 웨스트포인트의 생도였던 1980년대, 바로 아래 학년이던 캘리포니아 출신의 한 생도를 지금도 기억한다. 그는 리더십의 잠재력과 따뜻한 성격을 갖춘 청년이었다. 두려움 없는 레슬링 선수이기도 했던 그는 육체적 강인함과 두뇌를 모두 가지고 있었고 예상대로 사관학교를 수석 졸업해 빛나는 군사 장교의 경력을 이어나갔다. 그러던 그가 임관 후 5년 만에 군대를 떠나 하버드 법대에 입학한다고 결정해 우리 모두를 놀라게 했다. 만약 그가 계속 장교의 커리어를 이어갔다면 4성 장군이 됐을 것이라고 나는 확신한다. 하지만 다른 길을 택해 우선 사업분야의 경력을 쌓고 나중에 정치 분야로 진출한 그는 결국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수장이 됐고 나중에 미 국무장관이 된다.

관련기사



독자들이 짐작했듯이 그 후배 생도가 바로 마이크 폼페이오다. 이렇게 미국의 사관학교들은 다수의 성공적인 사례를 가지고 있는데 그들의 목적은 군 장교를 배출하는 것을 넘어서서 궁극적으로 미국의 미래 지도자를 배출하는 것이다. 폼페이오는 좀 특별한 경우지만 미국 사관학교에는 이와 유사한 놀라운 이야기들이 많다. 반면 나는 한국 사관학교가 대부분 군대를 지휘하기 위해서만 존재한다는 것에 매우 실망했다. 사관생도와 교수도 군사적 장벽을 넘어 우리 사회에서 리더십을 발휘하겠다는 의지도 약하다고 느꼈다.

대중 또한 그들을 사회의 지도자로 여기지 않으며 정부도 뛰어난 리더십과 성숙함·충성심을 가진 재능 있는 이 청년들을 적극 활용하지 않고 있다. 나는 가끔 대한민국이 진정 어디에서 리더십을 가르치고 인격·헌신·열정을 가진 미래의 지도자를 배출하는지 궁금하다. 한국의 사관학교들이 새로운 미래에 걸맞은 리더로 성장하도록 지원하는 시스템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야 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

김능현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