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도시 에너지 공급이나 온실가스 저감 연구를 해왔는데 오랫동안 ‘왜 에어컨은 전기도 많이 쓰고 냉방병 등 부작용도 있을까’ 고민했죠. 그래서 온도를 낮추는 대신 더위의 근본원인인 습기를 제거하는 역발상을 통해 에어컨 역사를 새로 쓰려고 합니다.”
이대영(53·사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도시에너지연구단장은 최근 KIST 연구실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윌리스 H 캐리어가 지난 1902년에 선보였던 에어컨의 원리가 아직까지도 쓰이는 게 현실”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실제 기존 에어컨은 냉각을 통한 제습에 주안점을 둬 오래 틀면 냉방병 우려도 있고 에너지 비용도 많이 발생한다. 현재 세계 에어컨 업계는 일본 다이킨을 비롯해 미국 캐리어, 한국 LG, 중국 메이디 등이 주름잡고 있다.
이 단장은 “도시에너지연구단은 발전과 냉난방을 동시에 공급하는 삼중열병합발전이나 연중 활용할 수 있는 계절 간 축열기술 등 주로 도시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고 온실가스 발생을 저감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탁월한 습기 제거 효과를 내는 신소재 필터 개발을 통해 에어컨 시장까지 혁신하는 힌트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고분자 신소재 에어컨 필터를 개발해 습기 제거에 초점을 맞춰 냉방병을 없애고 절전·탈취·항균·항곰팡이 효과를 거두는 차별화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기존 제습기보다 훨씬 탁월한 제습 효과를 내면서도 온도가 높아지는 단점도 해결했다. 벽에 설치해 환기 기능도 있는데다 전기집진식 미세먼지 필터 장착 시 기존 에어컨과 달리 오존도 발생하지 않고 공기청정기 이상의 효과를 내는 점도 특징이다.
KIST 연구원 창업기업인 휴마스터 대표인 이 단장은 “한국·중국·일본을 비롯해 동남아, 인도, 북·중·남미 등 제습이 냉방에 효과적인 온난·다습 지역에 휴미컨(HumiCon·Humidity Conditioning) 고유 브랜드로 샘플을 보냈는데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주택·건물·산업용 에어컨 시장을 공략하고 벽지나 생활용품용 등으로 신소재도 납품할 계획”이라면서 “중장기적으로 냄새와 곰팡이·습기 제거가 중요한 자동차용 에어컨 시장에도 진출할 것”이라며 활짝 웃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