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가 나집 라작 전 정부의 국가부채 은폐 의혹과 새 정부의 세제개혁 추진에 따른 재정악화 우려 속에 외국인 자본 이탈 조짐을 보이고 있다.
24일 말레이시아증시의 KLCI는 장중 전일 대비 2.0% 하락하며 전날(-2.2%)의 하락 장세를 이어갔다. 말레이시아 링깃화 가치도 달러당 4링깃에 접근하며 총선 이후 꾸준히 약세를 보이고 있다.
현지 일간 더스타는 지난 9일 나집 전 총리의 실각과 마하티르 모하맛 총리의 재집권을 기점으로 말레이시아 시장을 둘러싼 우려가 커지면서 외국인 자본이 이탈하는 것이 시장불안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말레이증시에서는 지난주에만도 총 25억링깃(약 6,770억원)의 외국 자본이 이탈했으며 전날에도 2억8,680만링깃이 빠져나갔다.
특히 이날 시장의 우려가 커진 데는 전날 림관엥 말레이 재무장관이 ‘은폐된 정부 부채’ 문서가 발견됐다며 “말레이시아의 국가부채가 1조링깃을 넘어선 것으로 확인됐다”고 발표한 것이 작용했다. 이 같은 발표 내용이 사실이라면 말레이 정부 부채는 중앙은행이 지난해 기준으로 공식 발표한 총 6,868억링깃보다 3,000억링깃이나 늘어나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은 54%에서 약 80%로 올라간다. 이는 인도네시아(29%), 태국(42%) 등 동남아 국가들과 비교하면 눈에 띄게 높은 수준이다. 분식회계 의혹은 말레이의 대외 신인도에 직격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마하티르 정부는 여론이 물가 상승의 주범으로 지목하는 재화용역세(GST) 폐지를 추진해 재정 우려에 기름을 붓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GST가 세입의 약 20%를 차지한다며 “(GST 폐지는) 정부의 재정 건전성을 흔들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