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네이버 뉴스 편집 방침을 보는 눈

이호선 국민대 법대 교수

이호선 국민대 법대 교수이호선 국민대 법대 교수



어느 초대형 유명 백화점에 악성 소비자들이 떼를 지어 돌아다닌다고 치자. 이들은 자신들이 표적으로 삼은 입점업체로 몰려가 집단으로 물건을 구입한 뒤 바로 줄을 서서 환불을 해 달라고 장사진을 친다. 일부는 자기들끼리 목청을 돋궈 남 들으라는 듯 물건과 험담을 늘어놓거나 종업원들과 삿대질을 하며 싸움을 벌인다. 해당 업체 브랜드를 쇼핑의 한 대상으로 삼고 나왔던 소비자들은 영문은 모르지만 일단 이 상품은 뭔가 문제가 있나 보다 생각하고 발걸음을 돌리고, 무심히 지나가던 사람들 역시 이 소동에 힐끗 거리면서 그 브랜드를 한번 눈 여겨 보게 된다. 물론 긍정적 기억으로 남을 리는 만무하다.

이런 소동이 한 제품에 그치거나, 한 번 정도가 아니라 시도 때도 없이 벌어지면 이건 누가 봐도 비정상이다. 매일같이 몰려오는 그들은 소비자의 권리와 자발성을 주문처럼 읊조리지만 그 동일한 면면들을 보면 명백히 악의적인 업무 방해다. 이런 상황을 백화점이 방관만 한다면 그건 입점업체는 물론 백화점을 찾는 선량한 소비자들의 권리를 보호할 의무를 저버린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물론 현실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그 백화점은 당장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다.


백화점이 각 업체들로 하여금 들어와 그들의 상품과 서비스를 판매하게 하는 곳이라면, 뉴스 포털은 언론사들로 하여금 자신들이 깔아 놓은 마당에 들어오도록 하고 거기에서 소비자들이 뉴스를 접하게 한다는 점에서 언론 백화점이라 할 수 있다. 뉴스 포털 서비스는 뉴스를 직접 공급하지는 않지만 댓글을 통해 뉴스 공급 직후 기사에 대한 대중의 첫인상을 좌우할 수 있다. 또 온라인 미디어와 SNS가 갖고 있는 다양한 기능이 복합적으로 작동해 여론 형성 사이클의 중심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단순한 기사 공급자보다도 더 막중한 여론공급자의 역할을 수행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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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루킹 댓글 사건의 전후를 통해 보여 주었듯이 네이버 같은 언론 백화점은 자기네 백화점에는 악성 소비자들이 들어올 자리가 없다고 큰 소리치거나 떼거리 악성 소비자들도 소비자로서의 권리가 있으니 존중받아야 한다는 식의 비호에 급급했다.

오히려 댓글 싸움에 관전하는 사람들의 조회 수가 많아 지면서 커지는 광고 수익과 그 영향력을 은근히 즐겨 왔다. 호떡 집에 불 붙여 놓고 불구경 나온 사람들에게 돗자리와 생수, 거기에 부채까지 판 격이다.

그런데 남의 판매점 앞에 이심전심으로 몰려들어 가면을 쓰고, 익명으로 패악질을 일삼는 행태를 방치하는데 대한 비판적인 여론이 점증하자 이제는 약간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 같다. 최근 네이버는 드루킹 사건을 계기로 뉴스 편집을 하지 않고 댓글 허용 여부, 정렬 방식, 공감도 표시 등을 해당 언론사가 결정하는 대로 따르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시중의 여론은 네이버의 변화된 태도에 크게 호의적이지 않은 것 같다. 거기엔 한 때의 소나기만 피하고 보자는 속성이 보인다는 의구심도 한 몫 하겠지만, 무엇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뉴스 포탈 업체에 대한 사회의 공기(公器)로서의 책임을 묻는 입법의 부재가 아닌가 싶다.

현행법상 언론에는 방송, 신문, 잡지와 같은 정기간행물, 뉴스 통신 및 인터넷 신문이 포함되는데, 여기에 네이버와 같은 인터넷뉴스서비스가 포함되지 않고 있다. 그러다 보니 각 언론에 해당하는 사업자를 규율하는 법이 있지만 인터넷 뉴스 서비스업을 하는 사업자에 대한 책임을 묻는 법률이 없는 실정이다. 언론 공급보다 더 큰 여론 공급의 기능을 하는 서비스가 입법 사각지대에 놓인 것이다. 당장 입법이 어렵다고 책임 추궁의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다. 인터넷 뉴스 서비스를 하나의 시장으로 보고 공정거래법을 적용하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다. 여론 형성 시장의 독과점은 이미 우리가 충분히 느끼고 알고 있는 바이기 때문이다. 조폭과 악성 소비자들에게 점령당한 시장을 내버려두면 안되듯, 더 이상 댓글 부대가 여론 시장에서 활개쳐서 우리의 건전한 민주주의를 망치는 일을 좌시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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