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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밥상’ 최불암, 남도멸치밥상 소개…웃장멸치·멸장·멸치파스타

‘한국인의 밥상’ 최불암, 남도멸치밥상 소개…웃장멸치·멸장·멸치파스타



24일 방송되는 KBS1 ‘한국인의 밥상’에서는 ‘이토록 맛있었나? - 남도멸치밥상’ 편이 전파를 탄다.

남녘 바다에 멸이 떴다! 작은 몸으로 망망대해를 품은 멸치의 반전. 이토록 맛있었나? 남도멸치밥상.


▲ 남도의 진객, 대멸이 돌아왔다!

5월 만춘이 되면 남도 바다에 찾아오는 귀한 손님이 있다. 평소 작고 변변치 않아 생선 축에도 못 낀다고 타박을 받는 멸치다. 하지만 이맘때면 엄연한 생선의 풍채와 풍미를 갖춘 대멸로 탈바꿈한다. 이른 새벽 금성호 선원들이 밤잠을 포기하며 뱃길을 나서는 이유가 바로 이 대멸이다.

올해는 수온이 낮아 멸치가 많이 들지 않는다는 걱정도 잠시 바다에서 올라오는 그물에 대멸이 촘촘히 박혀 있다. 양도 양이지만 크기가 10cm가 넘는 대멸 덕분에 금성호가 은빛으로 출렁인다. 씨알이 굵고 긴 대멸 중에서도 머리가 통째로 붙어 있는 웃장멸치는 이때만 맛볼 수 있는 진미 중의 진미다. 굵은 소금을 뿌려 통째로 숯불에 구워 먹는 웃장멸치구이를 보고 있으면 멸치도 한 마리의 훌륭한 생선임을 실감할 수 있다.

▲ 대멸로 만든 진미, 멸치액젓으로 완성되는 밥상

산란을 앞두고 기름이 좔좔 흐르는 대멸! 제철 봄 멸치를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액젓을 담그는 것이다. 남해에서 태어나 남해에서 평생을 살았다는 박순옥 씨는 봄에 잡히는 대멸로 만든 멸치액젓이 가장 제맛이라 한다.


갓 잡은 대멸을 천일염과 잘 버무려 짧게는 1년 반, 길게는 3년 동안 장독에 담가 두기만 하면 밥상의 감칠맛을 책임질 멸치액젓이 완성된다. 남해 사람들에게 멸치액젓은 간장이나 소금을 대신하는 훌륭한 조미료라 한다. 밭에서 갓 따온 시금치에 생멸치와 된장, 고추를 넣고 멸치액젓으로 간을 내면 바다와 육지의 봄이 함께하는 시금치생멸치국이 완성된다. 액젓을 만들고 남은 건더기는 소금물을 넣고 끓여 솔잎을 거름망 삼아 이물질을 걸러주면 멸장이 탄생한다. 황기와 인삼, 말린 방풍과 생강을 넣고 푹 고아내는 닭백숙에 이 멸장을 찍어 먹으면 입 안에 바다의 향기가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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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인 부부의 특별한 멸치 레시피

남도 바다에 멸치가 돌아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부부가 있다. 세계 각국을 여행하다 통영에 반해 3년째 이곳에 살면서 원어민 강사로 일하는 영국인 부부, 데릭과 킴이다. 남도 바다에 나는 수많은 산물 중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멸치다. 봄이면 잊지 않고 서호시장에 들러 제철 멸치를 구한다.

오늘 잡힌 싱싱한 생멸치와 한국에서 처음 봤다는 마른 멸치를 사 온 데릭과 킴! 생멸치는 치즈, 레몬을 넣은 소스에 삶은 파스타와 갖은 채소를 넣어 볶은 뒤 그 위에 화룡정점으로 구운 생멸치를 얹으면 세상에 하나뿐인 부부의 생멸치 파스타가 만들어진다. 생멸치 못지않게 즐겨 먹는다는 마른 멸치는 파, 고추를 썰어 넣은 밀가루 반죽에 잘 섞은 후 올리브 오일에 구우면 바삭한 식감이 일품인 멸치전이 완성된다. 부부에게 통영은 멸치가 있어 더 맛있는 제2의 고향이다.

▲ 늙은 어부의 짠내 나는 멸치 인생 이야기

예부터 멸치잡이로 이름 높았던 통영의 작은 섬, 사량도. 이 곳에 멸치 박사로 통하는 여든한 살의 서길수 할아버지가 있다. 평생 멸치잡이배를 타 1남 6녀를 키워냈지만 이제는 나이 들어 배를 탈 수 없어 봄이면 그물 손질을 하며 바다를 향한 그리움을 달랜다.

할아버지 밥상에 빠지지 않는 것이 있으니 역시 멸치다. 제철 맞은 마늘종을 뽑아다 간장과 고추장을 듬뿍 넣고 멸치 한 주먹을 넣어 매콤하고 짭짤하게 졸여내면 할아버지가 평생을 먹어도 여전히 좋아하는 찬거리, 멸치마늘종볶음이 완성된다. 멸치가 있어야 음식이 맛이 난다는 이 집에서는 된장찌개를 끓일 때에도 말린 표고버섯과 풋마늘, 마무리로 마른 멸치를 넣어 구수하고 시원하게 국물을 낸다. 늙은 어부의 밥상에는 멸치처럼 소박하지만 짠내 나는 인생의 맛이 담겨 있다.

[사진=KBS 제공]

전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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