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낮은 생산성에 발목 잡힌 韓경제, 혁신적 대기업 키워야"

■KDI '혁신적 포용국가' 국제컨퍼런스

앳킨슨 美정보기술재단 회장

"韓 생산성 OECD의 45% 수준

ICT분야 투자 대폭 확대 필요"

외국기업과 R&D 협업 조언도

로버트 앳킨슨 미국 정보기술혁신재단(ITIF) 회장 25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내 삶을 바꾸는 혁신적 포용국가’ 국제컨퍼런스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KDI로버트 앳킨슨 미국 정보기술혁신재단(ITIF) 회장 25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내 삶을 바꾸는 혁신적 포용국가’ 국제컨퍼런스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KDI



선도자인 미국과 추격자인 중국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에 놓인 한국경제가 한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서비스업과 연구개발(R&D) 분야의 혁신과 혁신적 대기업 육성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로버트 앳킨슨 미국 정보기술혁신재단 회장은 25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내 삶을 바꾸는 혁신적 포용국가’라는 주제로 열린 국제컨퍼런스에서 이 같은 내용의 주제발표를 했다. 이번 컨퍼런스는 한국개발연구원(KDI)과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가 공동주최했다.

앳킨슨 회장은 한국 경제의 현 주소에 대해 “빠른 추격자 전략으로 경제성장을 이뤘으나 최근 새로운 추격자로 부상한 중국과 인도, 선도자 역할인 미국 사이에 갇혀 있다”고 진단했다.


앳킨슨 회장은 한국 경제의 문제로 ‘낮은 생산성’ 첫 손에 꼽았다. “지난 10년간 한국의 생산성 증가율이 정체되면서 미국과의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앳킨슨 회장은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서비스업과 R&D 등 전방위적인 혁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의 서비스업 생산성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45% 수준에 불과하다”며 “서비스업 중에서도 정보통신(ICT) 분야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려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 기업의 ICT 투자는 미국 대비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는 통계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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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 분야에선 대학과 기업 간 협업, 다른 나라 기업과의 협업을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한국은 기업과 대학 간 R&D 협력 비중이 6.8%에 그쳐 24%인 영국, 16%인 독일에 비해 현저히 낮다”며 “국제 R&D 협력은 0.5%로 더 떨어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 위주의 지원 정책에 대해서는 “기업 규모가 아니라 혁신성을 기준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세계 무대에서 경쟁하려면 기업 규모가 중요하고, 생산성과 일자리 창출 능력도 대기업이 중소기업보다 우수하다”며 “한국은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이 과도해 혁신성을 떨어뜨리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불평등 해소 등 포용 정책에 대해서는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탄탄한 경제 성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강동수 KDI 연구조정실장도 이날 발표에서 성장을 위해서라도 혁신 성장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규제개혁, 노동시장 개혁으로 자원배분 효율성 높이고 부가가치가 동등하게 배분되는 시스템의 구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날 컨퍼런스에서는 불평등 해소를 위해 분배정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참여정부 정책실장을 역임한 이정우 경북대 명예교수는 기자들과 만나 “(문재인 정부의)소득주도 성장은 (방향)은 맞다고 보지만 정도와 범위가 부족해서 효과가 안 나타난 것 아닌가 싶다”며 “현행의 5∼10배 수준이 되는 증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토지보유자에게 보유세를 과세하는 ‘국토보유세’의 도입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로버트 라이시 UC버클리 정책대학원 교수도 “부가 특정계층에 편중되면 젊은 층에 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 수요가 적어진다”며 “고소득층은 상대적으로 소비 비중이 낮기 때문에 고소득층에 부가 편중될수록 경제 활동이 촉진될 가능성이 줄어든다”고 주장했다.

서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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