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금융당국이 중신용자들의 금리 절벽을 해소하기 위해 중금리 대출 활성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중금리 대출을 담당하는 저축은행 업계는 정작 당국의 가계대출 총량규제 탓에 중금리 대출에 적극 나서기 어렵다고 합니다.
특히 당국이 중금리 대출 활성화를 하며 정책상품만 밀어주고 생색내려 한다는 말까지 나오는데요.
왜 이런 엇박자가 나는 지 금융증권부 이아라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앵커]
Q. 저축은행 업계에서는 대출 총량규제 탓에 중금리 대출이 어렵다는 얘기가 나온다는데, 우선 이 규제의 내용은 뭡니까?
[기자]
가계대출 총량규제는 급격한 가계부채 증가를 억제하기 위한 대책 중 하나로 지난해 처음 마련됐습니다.
특히 당국이 시중은행부터 대출을 억제하면서 이들 수요가 저축은행으로 이동하는 것을 막는 조치였는데요.
지난해 3월부터 금융당국은 저축은행 가계대출을 상반기 5.1%, 하반기 5.4% 이상 늘릴 수 없도록 통제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지난해 저축은행업계 가계대출 증가액은 전년보다 1조 원 넘게 줄었는데요.
지난해에는 금리도 올해보다 낮았고 대출 수요도 많았다는 점에서 가계대출을 억제하려는 당국의 총량규제는 효과를 발휘한 셈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과정에서 저축은행권의 중금리 대출 길까지 막혔다는 겁니다.
결과적으로 총량규제 후 저축은행의 자체 중금리 대출 상품 판매량이 반 토막 났습니다.
중금리 대출은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한 중신용자들이 연 20%대 고금리를 사용하는 대신 10% 내외의 대출을 이용하도록 하는 것인데요.
저축은행들이 대출을 늘릴 양이 제한되다 보니, 기왕이면 상대적으로 신용이 더 높은 사람에게 대출해 준 겁니다.
저축은행 대출에 총량 규제를 하면서 중저신용자를 위한 중금리대출 취급액이 월평균 약 40% 감소했습니다.
쉽게 말해 총량규제가 중신용자들을 대상으로 한 대출심사를 강화한 겁니다.
[앵커]
Q. 총량이 제한돼 저축은행들은 수익성을 위해 심사를 강화할 수 밖에 없었다. 이 부분은 이해가 갑니다. 그런데 당국이 중금리 대출 활성화를 독려하면서 정작 정책상품만 밀어주고 있다는 말은 왜 나오는 겁니까?
[기자]
현재 중금리 대출 상품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저축은행의 자체상품, 그리고 정부가 만들어 민간 금융사에서 판매하는 ‘사잇돌대출’과 ‘햇살론’같은 정책상품입니다.
그런데 당국의 총량 규제에서 정부 정책상품은 제외됩니다.
이렇다 보니 당국의 총량규제에 맞춰 자체 대출상품은 우량 고객 중심으로 영업하고, 또 당국의 중금리 대출 활성화 주문에는 정책 상품 위주로 팔며 호응하는 시늉을 낸 겁니다.
특히 사잇돌 대출 등 정책상품의 금리 조건이 저축은행의 자체 중금리 상품만 못하다는 것이 문제인데요.
평균치이긴 하지만 저축은행 자체 중금리 대출 상품의 평균 대출금리는 연 15%인 반면, 저축은행이 취급한 사잇돌대출 평균 금리는 16.83%로 더 높습니다.
바꿔 말해 총량규제 전 15% 금리를 받을 수 있던 소비자가 2%포인트 가까이 더 많은 이자를 내야 하는 정책금융상품을 이용해야하게 됐다는 얘깁니다.
[앵커]
Q. 저축은행 자체 상품과 정책 상품 중 선택이 가능했던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사라진 셈이군요. 중금리 상품에서 나타난 총량규제 부작용에 대한 금융당국의 입장은 어떻습니까?
[기자]
네, 당국에 중금리 대출 활성화와 가계대출 총량 규제가 충돌하는 부분에 대해 물어봤는데요.
대출 총량 규제로 어려움을 호소는 업계와는 전혀 다른 얘기를 해서 조금 당황스러웠습니다.
금융위 관계자의 얘기입니다.
[인터뷰] 금융위 관계자
“일단 대출총량규제라는 게 없고요. 저희가 규제하고 있는 게 없고, 원칙적으로는 자율적으로 목표를 설정해서 하고 있지 않습니까 지금...”
[앵커]
Q. 총량 규제가 강제 사항은 아니란 얘기로 들리는데, 사실 업계 입장에서는 당국이 구두 지시만 내려도 따를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왜 이런 식으로 진행되는 겁니까?
[기자]
네, 가계부채에 대한 정부의 대책은 크게 두 축으로 볼 수 있는데요.
우선은 증가를 억제하는 방향, 또 이 과정에서 자금난이 발생하는 저소득층과 중저신용자를 지원하는 방향입니다.
정부는 이 두 가지가 정책 방향이 상호 보완이라고 주장하지만 사실 상충 되는 측면이 큽니다.
가계대출을 줄이면서 서민 자금 지원은 늘리려다 보니 금융당국도 어정쩡한 태도가 나오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현재 중금리 대출 활성화만 보더라도 저축은행의 대출을 옥죄자 악영향이 나타나고 있지 않습니까.
이 가운데 강제적인 규제를 대놓고 시작하면 중금리 대출은 완전히 얼어붙을게 불 보듯 뻔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당국이 가계부채 증가를 모른 체 할 수도 없다 보니 자율 규제를 꺼내 든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 와중에 자금이 필요한 서민들은 점점 더 높은 금리의 대출로 내몰릴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저축은행은 수익성을 올리기 위해 법적 테두리 안에서 높은 금리대 상품을 팔 수밖에 없고, 여기서 밀려난 중저신용자는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릴 수 있습니다. /이아라기자 ara@sedaily.com
[영상편집 이한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