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전세가격은 정확히 2년전 수준으로 돌아갔다고 보면 되는데 걱정은 앞으로 더 떨어질 것 같은 거죠. 헬리오시티 입주를 앞두고 있으니까 전세끼고 투자한 사람들은 불안한 수 밖에 없어요.” (잠실동 I공인중개)
잠실 인근 중개업소들의 전언대로 이 일대 전세값 하락폭은 억소리가 난다. 잠실 엘스는 전용 84㎡기준으로 전세가가 7억원 초반대까지 호가가 떨어졌다. 최근 실거래가는 7억7,000만원이다. 지난 1월 실거래 가격 9억4,000만원에서 2억원 가까이 하락했다. 2017년 5월에도 같은 전용면적이 8억5,000만원에 실거래돼 현재 보다 높았다.
갭투자의 경우 전셋가격이 유지된다면 매매가격이 빠져도 당장 손실을 보진 않지만, 문제는 전세가격이 떨어지면 집을 팔 때 임대보증금을 돌려주기 위해 추가자금을 조달해야 하기 때문에 잠재부실 위험이 커질 수 있다. 금융당국이나 시장이 우려하는 것도 이 부분이다. 실제 전체 가계대출에서 마이너스통장, 신용대출 등을 아우르는 기타대출 비중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27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을 보면 올해 1·4분기 예금취급기관의 기타대출 규모는 401조836억원으로 1년 전보다 9.5% 늘었다. 예금취급기관의 전체 가계대출은 7.2% 증가한 983조4,765억원이었다.
기타대출 증가세가 전체 가계대출 증가 속도를 앞지르면서 가계대출에서 차지하는 기타대출 비중은 40.8%로 전 분기(40.7%)보다 0.1%포인트 상승했다. 이 비중은 한은이 분기 기준으로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8년 1분기 이후 가장 높은 것이다. 기타대출 비중은 2008년∼2014년까지 37∼39%대에서 맴돌았다. 은행권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한 가계가 기타대출로 손을 벌리며 이 부문 증가세가 가팔라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KB국민·신한·KEB하나·우리·NH농협 등 5개 주요 시중은행의 4월 말 가계대출 잔액은 총 538조3,69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개인신용대출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주요 시중은행의 개인신용대출 잔액은 99조7,214억원으로, 전월 대비 1조1,685억원 증가했다. 월간 개인신용대출 증가액이 1조원을 넘긴 것은 지난해 11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금융당국은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이 이처럼 급속히 늘어나는 원인으로 계절적 요인에 의한 생활안정자금 수요, 보험계약대출, 카드론 등 2금융권 영업 확대, 주식시장 투자 수요 등을 지목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주택대출 규제 강화에 따른 풍선효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갭투자자가 전세가격 하락으로 임대보증금 추가 확보를 위해 마이너스 통장이나 신용대출을 활용했다면 시장상황이 지금보다 악화될 경우 부실이 가장 먼저 올 수 있다.
기타대출 증가를 두고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24일 금융통화위원회 후 기자간담회에서 “기타대출은 연체율이 상당히 낮아 건전성은 전반적으로 양호하고 기타대출 증가도 크게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라면서도 “일부 비은행 신용대출은 차주의 신용도가 낮고 대출 금리도 높아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금리가 인상하거나 경기가 침체하면 기타대출 연체율이 급격히 높아지며 부실화할 수 있다. 기타대출이 주택담보대출보다 부실 위험이 크다는 점에서 대출의 질이 악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인 것이다.
기타대출은 주택담보대출보다 통상 금리가 높고 변동금리 비중이 높은 점도 위험을 키우는 요인이다. 김천구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연체율이 안정적이라고 해도 경기가 꺾이면 기타대출 연체율이 높아질 수 있다”며 “기타대출 차주 중 한계가구가 얼마나 되는지 세밀한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하고 관리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다만 갭 투자에 따른 위험이 금융부실로 전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서는 금융권은 선을 긋는 분위기다. 갭투자 비중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은 데다 갭투자자가 실제로 임대보증금 추가자금 조달 등에 나서고 있는지 뚜렷하게 확인되지 않고 있어서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은 신용대출이나 마이너스통장 사용처 등에 면밀한 모니터링에도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과거 역전세처럼 폭락하는 등 급격한 출렁임은 있을 것 같지 않다”며 “대부분은 예금이나 여윳돈을 갖고 장기 투자에 나서는 이들이고 신용대출 등을 끼고 갭 투자에 적극 나서는 이들은 소수라 이것이 당장 엄청난 리스크를 안겨줄 악성으로 판단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민정·이재명기자 jeo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