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여파로 한국의 스포츠 용품 업체들이 중국 시장 진입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중국 스포츠 산업이 급속히 발전하는 가운데 글로벌 기업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만큼 한국 기업들이 차별화된 제품과 기술로 무장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습니다.”
원자(사진) 중국스포츠산업연합회 부비서장은 28일 중국 상하이 홍차오국가컨벤션센터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중국은 오는 2025년까지 스포츠 관련 산업을 8,000억달러(약 938조원) 규모로 키우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며 “한국과 중국은 스포츠 산업에서 서로 많은 부분을 보완할 수 있는 만큼 (한국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중국체육총국 산하 중국스포츠산업연합회는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스포츠 산업 전시회로 자리 잡은 중국국제체육용품박람회(차이나 스포츠쇼)를 주관하는 스포츠 산업 단체다. 지난 25일부터 나흘간의 일정으로 열린 차이나스포츠쇼는 전 세계 30여개국 및 중국 내 27개 성·시에서 1,500곳 이상의 기업이 참여했으며 80여개 국가에서 15만명 이상의 바이어 및 참관객이 방문한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 제품의 경쟁력에 대해 원 부비서장은 “지금까지는 한국이 첨단 기술을 활용해 질 좋은 제품을 발 빠르게 개발하는 능력에서 중국을 앞섰지만 최근에는 중국 업체들의 기술력이나 품질이 눈에 띄게 향상되며 양국 간 격차가 줄었다”며 “다만 소비자의 입장에서 불편함을 꼼꼼하게 살펴 디테일한 요소를 개선하거나 소비자의 눈길을 끄는 디자인에서는 여전히 한국 제품이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올해 전시의 특징으로는 헬스 제품의 비중이 부쩍 늘어난 것과 함께 사물인터넷(loT) 등 기술 융합형 제품이 대거 등장했다는 점을 꼽았다. 원 부비서장은 “5년 전만 해도 헬스 품목의 전시 면적은 2만㎡에 불과했는데 올해는 5배나 늘어난 10만㎡로 전체 면적(18만㎡)의 절반을 넘는다”면서 “중국 국민의 소득이 높아지고 비만 인구의 증가로 생활체육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참신한 아이디어와 기술로 무장한 헬스 제품이 눈길을 끌고 있다”고 소개했다. 신기술을 접목한 헬스 기구가 전면에 등장한 사실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이번에 나온 실외용 헬스 기기 중에서는 태양광 패널 일체형으로 스스로 전기를 생산하는 동시에 전면에 붙은 화면으로 개인별 심박수나 운동량 등이 표시되는 제품이 주목을 끌었다”면서 “앞으로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들이 스포츠 용품과 만나면서 일상생활에서 스포츠를 편리하게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제품이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25일 중국 상하이 홍차우국가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36회 중국국제체육용품박람회 전시장에서 관람객들이 부스를 돌아보고 있다. 중국의 ‘스포츠 굴기’에 맞춰 열린 올래 차이나스포츠쇼에는 지난해보다 늘어난 1,500개 업체가 참가해 최첨단 헬스 시설 및 헬스 용품, 캠핑 용품 등을 선보였다.
중국은 자체적으로 20여개 국가로 나뉜다고 할 만큼 소비자의 특성과 구매력이 천차만별이지만 그만큼 한 번 뚫으면 최장 10년 이상 판매할 수 있는 거대한 시장이라는 점에서 매력적으로 평가받는다. 아디다스나 나이키 등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들의 각축장으로 떠오르는 한편 중국 로컬 브랜드가 급속하게 커질 수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최근 몇 년간 중국에서는 ‘안타’ ‘터부’ ‘361도’ 등의 로컬 스포츠 브랜드들이 급속도로 시장을 파고들며 ‘국민 브랜드’로 자리 잡기도 했다. 원 부이사장은 “안타는 지난해 매출이 130억위안(약 2조2,000억원)에 달했는데 10년 안에 나이키를 제치고 중국 내 1위 스포츠 브랜드로 부상할 것”이라며 “지난해 이미 중국 시장에서 아디다스를 제쳤으며 전 세계 스포츠 산업 기업 중에서는 시가총액 3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앞으로 몇 년 안에 중국 시장에서 발전 가능성이 높은 품목으로는 건강보조식품이나 요양병원 재활시설을 꼽았다. 그는 “2월 서울국제스포츠레저산업전에 방문했을 때 상당히 많은 한국 기업이 건강보조식품과 요양시설 특화 제품을 선보인 것을 보고 놀랐다”면서 “아직 중국에서는 관련 시장이 크지 않아 이번 전시에서 별도로 부스가 꾸려지지 않았지만 앞으로 성장 잠재력이 큰 시장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과거에 해외 수출을 위한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 시장의 비중이 컸다면 이제는 중국 내수 시장을 타깃으로 하는 업체나 품목이 급속하게 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하라고도 강조했다. 그는 “중국의 국민소득이 늘어나고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스포츠 산업의 성장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젠선뉘선(몸매도 좋고 건강한 여성)’이라는 말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 유행어가 되고 헬스하는 동영상을 올리는 유튜버가 인기를 얻는 등 건강한 몸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미 워싱턴대 연구에 따르면 중국 내 비만 인구가 9,000만명(2017년 기준)을 넘어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로 올라설 정도로 중국에서는 비만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원 부비서장은 “중국 정부 당국은 생활체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국민 건강 증진에 정책의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면서 “과거에는 비싼 옷을 입고 좋은 차를 소유하는 것을 선호했다면 최근에는 건강하고 아름다운 몸에 대한 선호가 늘면서 스포츠 산업의 발전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상하이=정민정기자 jminj@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