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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덮친 뒷돈 스캔들.. 9개 구단에 '올가미'

미신고 12건 131억에 이르는데

넥센과 현금 트레이드한 8곳

금액 줄이거나 사실 자체 숨겨

KBO, 특조위 꾸려 사건 조사

KBO리그 넥센 히어로즈 선수들이 최근 침울한 표정으로 경기를 위해 인천 문학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KBO리그 넥센 히어로즈 선수들이 최근 침울한 표정으로 경기를 위해 인천 문학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그동안 공공연한 비밀로 알려졌던 넥센 히어로즈의 트레이드 뒷돈에 대한 전모가 드러났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과거 히어로즈 구단과 현금 포함 트레이드 계약 중 신고하지 않거나 발표와는 다른 계약이 있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30일 발표했다. 넥센은 지난 2009년부터 올해 1월까지 총 23건의 트레이드를 진행했다. 이중 공식적으로 현금을 포함한 것은 4건이며 총액은 58억원이었다. 지난해 넥센은 KT·NC와 트레이드에서 6억원의 뒷돈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고 KBO는 모든 구단을 대상으로 규약을 위반하는 트레이드에 대해 자진신고를 받기로 했다. 그 결과 뒷돈이 오간 트레이드는 절반이 넘는 12건이며 미신고한 금액은 131억5,0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넥센과 현금 트레이드를 신고했던 LG·삼성·두산·한화는 금액을 속였고 롯데와 KIA는 현금이 오간 사실을 숨겼다. 주범은 넥센 구단이고 유일하게 현금 트레이드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SK를 제외한 나머지 8개 구단이 공범인 셈이다. 프로야구 운영을 책임지는 KBO 사무국 역시 공범이다.

현금 트레이드 자체가 규약 위반은 아니다. 그러나 넥센과 나머지 8개 구단은 현금이 오간 사실을 고의로 은폐하고 축소했다. ‘클린 베이스볼’을 외치면서 넥센의 규약 위반을 손가락질했던 구단들은 도덕적으로 치명타를 입게 됐다.


2009년 말 넥센의 현금 트레이드가 논란이 되자 유영구 KBO 전 총재는 2010시즌 종료까지 넥센과 현금 트레이드를 승인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그러나 넥센과 롯데는 2010년 7월 현금 20억원이 포함된 황재균 트레이드를 진행하고도 이를 은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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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 구단이 그간 숨겼던 히어로즈와의 트레이드 뒷돈을 자진해서 신고한 것이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프로야구 단장단은 30일 오전 대전에서 긴급회의를 열어 히어로즈와 트레이드 과정에서 오간 금액을 자체 정리했다. 같은 날 오후에 서울로 이동해 장윤호 KBO 사무총장에게 관련 내용을 전달한 것이다.

넥센의 현금 트레이드가 이뤄지는 동안 10년이나 뒷짐만 진 KBO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트레이드 승인 거부 등의 강력한 조치 없이 구단들의 눈치만 봤다. 이번 사태는 곪을 대로 곪은 상처가 터진 것뿐이라는 관측이 많다.

정운찬 KBO 총재는 “먼저 KBO 사무국부터 반성하고 앞으로 세밀하게 리그 운영을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장 사무총장은 “프로 출범 후 터진 가장 큰 악재이나 구단들이 트레이드 뒷돈 제공 사실을 스스로 신고한 만큼 야구 발전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법률·수사·회계 전문가로 이뤄진 독립기구인 KBO 특별조사위원회는 히어로즈와 8개 구단의 트레이드 뒷돈 사건을 조사할 예정이다. 특조위 조사를 근거로 KBO 상벌위원회는 구단 징계와 131억5,000만원에 이르는 트레이드 뒷돈의 전액 환수 여부를 결정한다. 다만 이 같은 거액을 모두 KBO로 환수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KBO 전체의 자정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양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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