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와 미래의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동행 및 선행지수가 동반 하락했다.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통계수치로 다시 한 번 확인된 셈이다. 지난달 생산을 제외한 소비와 투자 등 주요 내수지표들도 일제히 악화됐다.
31일 통계청이 발표한 ‘4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산업생산을 제외한 대부분의 경기지표가 후퇴하는 모습을 보였다. 소비를 보여주는 소매판매는 지난 1월 1.9%, 2월 0.6%, 3월 2.9% 증가했지만 지난달은 1.0% 감소했다. 미세먼지와 주말 폭우로 야외활동이 줄며 의복 등 준내구재 판매가 급감한 영향이 컸다. 투자동향을 보여주는 4월 설비투자지수는 전월보다 3.3% 감소했다. 3월에 7.8% 줄어든 데 이어 2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이다.
앞으로의 경기를 예고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3개월째 하락세를 이어갔다.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2월과 3월 각각 0.2포인트 떨어진 데 이어 4월에는 0.4포인트 하락했다. 지수 자체도 기준치인 100에 턱걸이했다. 100 미만이면 경기 하강 국면으로 해석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하는 선행지수에서도 한국은 올 1~3월 3개월 연속 100을 밑돌았다.
현재의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지표인 동행지수 순환변동치 역시 전월보다 0.1포인트 떨어졌다. 선행지수와 동행지수가 동반 하락한 것은 지난해 10월 이후 6개월 만이다.
다만 전산업생산 증가율은 전달 대비 1.5%를 기록하면서 ‘감소’에서 ‘증가’로 반전했다. 2월(-0.2%), 3월(-0.9%) 두 달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다 3개월 만에 플러스로 돌아선 것이다. 1.5%라는 증가폭은 2016년 11월(1.6%)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최근 우리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반도체가 9.9% 상승한 영향이 컸다. 그동안 수출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자동차생산도 전월보다 6.7% 늘면서 지표 개선에 일조했다. 하지만 전년 동월과 비교하면 5.6% 줄었다. 통계청 관계자는 “자동차는 전년 동월 대비 생산이 올해 들어 계속 마이너스여서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경기 동행·선행지수는 지난해 2·4분기 고점을 찍은 후 계속 하락세에 있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4월 제조업생산이 개선됐다고 하지만 생산지수는 여전히 양호하다고 보기 어려운 수준이며 소비·투자·선행지수 등 주요 지표가 모두 부진해 걱정스럽다”며 “경기침체의 초입 단계에 있다고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제활력 자체를 끌어올릴 수 있게 대대적인 구조개혁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