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오는 2020년까지 공적개발원조(ODA) 예산을 국민총소득(GNI) 대비 0.2% 수준인 4조원 규모까지 늘리겠다고 국제사회에 약속했지만 국민 여론은 냉담한 것으로 조사됐다. ODA 효과에 대한 의문과 투명성, 국내 복지 증진에 대한 선호도가 반영돼 나타난 결과로 풀이된다.
한국행정연구원이 지난해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ODA에 대한 국민인식조사’에서 우리 국민 과반수는 “ODA 규모를 현재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답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의 64.4%가 현재 규모가 적절하다고 답한 것이다. 반면 “국제사회와 약속한 GNI 대비 0.2%까지 늘려야 한다”는 답변은 8.7%, “국제사회의 권고기준인 GNI 대비 0.7%까지 늘려야 한다”는 답변은 1.1%에 그쳤다. 오히려 “현재 수준보다 축소해야 한다”고 답변한 응답자가 25.8%로 늘리자는 의견의 두 배 이상이었다.
국민들이 대외원조를 추가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없다고 답한 것은 투명성과 효과성 때문으로 풀이된다. 원조사업의 효과성을 묻는 질문에 “효과적”이라고 답변한 사람은 45.7%가량 되지만 “그렇지 않다”고 답변한 사람(41.8%)도 엇비슷한 수치로 나타났다. 또 원조 규모를 축소해야 하는 이유를 묻자 절대다수인 73%는 “우리 경제상황이 나빠져서”라고 답변했고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응답자인 11.6%가 “원조가 효율적으로 사용되는지 불확실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정부의 대외원조가 도움을 주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가장 많은 응답자인 27.6%가 “원조 집행의 투명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답변했다. 이어 저개발국의 관리능력 부족(20.8%), 우리나라 원조집행기관의 전문성 부족(16.4%), 우리나라 원조집행기관의 협력 부족(10.7%)을 이유로 꼽았다.
전문가들은 ODA 예산 규모를 지속적으로 늘리려면 국민적 설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 ODA 전문가는 “우리 정부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를 통해 GNI의 0.2%까지 ODA 예산을 늘리겠다고 계획안을 냈지만 이는 강제 조항이 아니다”라며 “국제사회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지만 이보다 앞서 국민들이 예산을 늘려야 하는 데 동의할 수 있도록 이해를 구하는 게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전문가 역시 “미국 등 다른 나라에서도 ODA 예산이 너무 많다는 반대 여론은 존재한다”며 “정부가 예산을 늘리려면 투명성·효과성 등 국민들이 가시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