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과감한 리더십’을 통한 ‘결단’을 촉구한 가운데 조만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 내용에 관심이 주목된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31일(현지시간)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의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김 위원장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뜻을 밝혀 이제 김 위원장의 결정이 도마에 오른 것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우리가 세계의 흐름을 바꿀 일생일대의 기회를 잡기 위해 김정은 위원장의 과감한 리더십이 필요하다. 트럼프 대통령과 나는 김 위원장이 그 같은 결단을 내릴 수 있는 지도자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북미정상회담에서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목표를 관철하기 위해 김 위원장의 ‘결단’을 사실상 직접 권한 것이다. 김 위원장이 핵과 경제의 ‘병진노선’을 접고 경제건설에 집중하겠다고 밝히긴 했지만, 완전하고 신속한 핵 폐기를 통해 새로운 전략적 행로로 가는 진정성을 보이라는 것이다.
김 위원장의 진정성은 일단 김영철 부위원장을 통해 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전달될 그의 친서를 통해 확인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 위원장은 공개적으로 이미 수차례 비핵화에 대한 원칙적 수준에서의 의지를 밝힌 바 있다. 그는 전날 평양을 방문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에게 “조선반도(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우리의 의지는 변함없고 일관하며 확고하다”고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이런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보낸 친서에서도 최소한 비핵화 의향을 재확인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국이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진 과감한 비핵화 초기조치 등 실질적 ‘행동’이나 구체적 협상 쟁점에 대해서까지 김 위원장이 의견을 밝혔을지는 알 수 없다.
미국은 핵무기·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일부 해외반출 등 초기 단계에서 비핵화 의지를 확실하게 보여줄 수 있는 조치를 북한에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조치가 미국의 대북 체제안전 보장 제공에 선행해야 할지, 아니면 동시적으로 이뤄져야 할지도 북미가 견해차를 빚는 대목으로 지적됐다.
미국 정부 관리는 최근 로이터에 “북한이 미국으로부터 일부 경제제재 완화와 같은 금융지원 조치와 식량 지원, 새로운 투자 등을 받기 이전에 먼저 비핵화를 완료하는 데 동의해야 한다는 게 미국의 여전한 입장”이라고 전했다.
반면 김 위원장은 라브로프 장관에게 북미관계·비핵화와 관련해 “새로운 방법으로 각자의 이해에 맞는 해법을 찾아 단계적으로 풀어나가며 효율적이고 건설적인 대화와 협상으로 문제해결이 진척되기를 희망한다”고 입장를 표했다. 자신들의 비핵화 조치에 상응하는 체제안전보장 조치를 미국도 단계적으로 제공해야 하며, 이 해법은 북미 양측의 이해를 모두 충족시켜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짚은 것이다.
이런 시각에 근거해 김 위원장은 친서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안전보장’(CVIG) 조치를 반대로 요구했을 수도 있다. 물론 정상 간의 친서에 담기는 내용은 통상 아주 구체적인 실무 사항보다는 상징적 수준에 가깝다는 점에서, 김 위원장이 좀 더 포괄적인 표현으로 북미관계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견해를 밝혔을 가능성도 나온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미래를 위한 긍정적 비전을 공유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며 북미관계의 새로운 방향성과 북한의 미래 발전상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미국의 이러한 접근에 부응하는 ‘국가적 방향전환’의 의지가 김 위원장의 친서에 담겼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달 28일 논평에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를 언급하며 “누가 뭐라고 하든, 어디에서 어떤 바람이 불어오든 우리가 정한 궤도를 따라 우리 시간표대로 나가고 있다”고 자신들의 현재 방향이 비(非)가역적임을 에둘러 강조한 바 있다. /이서영인턴기자 shyu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