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해 회삿돈 50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삼양식품 회장 부부가 재판에서 혐의 사실을 인정했다.
1일 서울북부지법 형사11부(이성호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제1회 공판기일에서 전인장(54·왼쪽) 삼양식품 회장과 아내 김정수(54·오른쪽) 삼양식품 사장 측 윤인성 법무법인 인 변호인은 “피고인들은 공소사실을 모두 겸허히 인정하고 있다”며 “이 같이 행동한 것을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깊이 반성한다”고 밝혔다. 피고인으로 참석한 전 회장 부부는 검은색 정장에 안경을 끼고 간간히 변호인과만 대화하며 말을 아꼈다.
윤 변호인은 이어 “다만 배임에 대해서는 고의가 아니었고 피해자와 합의했다는 점을 전달하고 싶다”며 이를 양형 사유로 참작해 달라고 밝혔다. 전 회장 부부는 윤 변호인은 “당시 삼양식품 F계열사가 H계열사에 대여한 금액을 회수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고 채무 변제를 위해서라도 H계열사를 유지하는 게 이익이라고 생각했다”며 “F계열사는 H계열사 주식도 100%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일부러 자회사에 손해를 입힌 게 아니라 경영자의 판단이었고 두 계열사의 이해관계가 같았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향후 증거조사하면서 쟁점이 되는 부분을 상세히 재판하겠다”고 답했다.
앞서 전 회장 부부는 지난 2008년 8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약 10년간 허위로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뒤 실제 운용하는 회사인 것처럼 속여 월급과 법인자금 등 50억원을 개인 목적으로 횡령한 혐의로 지난 4월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에 따르면 전 회장은 삼양식품에 라면 포장상자와 식품 재료를 납품하는 계열사가 별도로 존재하는데도 장기간 휴면상태인 페이퍼컴퍼니 2곳을 활용해 이들 업체가 삼양식품에 납품하는 것처럼 서류를 꾸몄다. 전 회장은 이들 페이퍼컴퍼니 2곳에 김 사장을 직원으로 등재해 김 사장 몫의 급여와 신용카드 대금 등을 부정 수급하도록 하고 전 회장 부부 소유 주택 수리비와 개인 자동차 리스료 등으로 사용했다.
전 회장은 또 지난 2014년 10월부터 2016년 7월까지 약 2년간 A계열사를 동원해 영업부진을 겪던 B외식업체에 29억5,000만원을 대여하도록 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A계열사가 빌려준 돈이 전액 회수할 수 없게 됐다며 전 회장에게 업무상 배임 혐의도 적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