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 위원장은 1일 오전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열린 고위급회담 전체회의에서 ‘엄중한 사태’를 재차 거론했다. 그는 “이미 과거가 됐으니 앞으로 그걸 범하지 않으면 된다”면서도 “아까 기자 선생이 저한테 ‘엄중한 상황이 해소됐느냐’고 묻길래 그 상황을 초래한 장본인인 조명균 선생한테 물어야지 나한테 물어보느냐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우리 측 수석대표인 조명균 통일부 장관에게 지난 회담 무산의 책임을 돌린 것이다. 리 위원장은 이날 회담장에 입장하기 전 ‘지난달 회담 연기와 관련한 엄중한 사태가 해결됐다고 보시냐’는 우리 측 기자의 질문에 “어디 소속이냐”며 “앞으로 이런 질문은 무례한 질문으로 치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판문점에서 북남수뇌상봉(남북 정상회담)도 열리고 판문점 선언도 채택된 마당에 불신을 조장하고 오도할 수 있는 질문을 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리 위원장은 지난 1·9 남북 고위급회담 때와 마찬가지로 또다시 공개회담을 제안하기도 했다. 지난 1월 회담 당시 우리 측이 “비공개 회의에서 ‘비핵화’를 언급했고 북측은 특별한 언급 없이 경청했다”고 오전 상황을 브리핑하자 리 위원장은 종결회의에서 강력히 반발한 바 있다. 그는 이러한 상황의 반복을 사전에 차단하려 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리 위원장은 “(1·9 회담 당시) 회담에서는 언급되지 않은 문제가 서울에서는 와짝 떠들고 회담장에서 지금 무엇을 논하고 있기 때문에 어떻게 한다는 소리가 나와 북남 사이에 불신을 조성하는 조건의 하나가 됐다”면서 “여론을 어떻게 선도하는가에 따라서 북남 사이에 화해와 협력의 분위기가 조성되는가 아니면 불신과 반목이 조성되는가 아주 심각한 문제”라고 주장했다.
다만 그는 “조 장관이 자기 땅에서 회담을 진행하는 만큼 체면을 봐달라고 저희한테 눈짓을 했기 때문에 제가 수긍하겠다”면서 “오늘은 양보하겠는데 다음번에는 공개를 좀 하자”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