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의 말처럼 북한이 ‘근본적으로 다른 길을 선택’한다면 국제사회의 외톨이에서 벗어나 경제부흥의 기회를 얻게 된다. 북한이 직면한 가장 큰 과제는 먹고사는 문제다.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행보가 이를 잘 보여준다. 경제개혁을 강조하기 위해 눈물을 흘리는 영상을 만드는가 하면 4월에는 핵·경제 병진을 폐기하고 ‘경제건설에 총력을 집중하는’ 새 노선을 채택했다.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했을 때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 회담 취소를 선언했을 때도 김 위원장이 있었던 곳은 산업 현장이었다. 평화와 번영을 담은 미국의 약속이 이런 북한에 나쁠 리 없다.
우리에게도 나쁠 게 없다. 폼페이오-김영철 회담과 북미 회담 의제 조율을 위한 판문점 실무회담에서 주한미군 문제는 언급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주한미군이 유지된다면 우리는 안보에 대한 불안감도, 한미동맹 약화 우려도 씻을 수 있다. 더불어 남북 경협 확대를 통해 교류 확대라는 성과도 얻을 수 있다. 폼페이오식 보상 방안이 남북 모두 받아들일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제 김 위원장의 결단만이 남았다. 쉽지는 않다.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를 하려면 핵 폐기와 사찰, 검증이라는 험난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1만명 이상이 투입돼 수년간 검증할 수도 있다. 그래도 종전 선언이나 북미 수교 또는 한반도의 완전한 평화를 위해서는 반드시 김 위원장의 결단을 끌어내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촉진외교’를 재가동할 필요도 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마지막 기회를 남북미 누구도 놓쳐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