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말 많은 워싱턴 정가”··방송 진행자는 이방카에 욕설·트럼프는 ‘논란 배우’ 옹호

토크쇼 '풀 프런털' 진행자 서맨사 비 이방카에 '무책임한 X' 욕설

인기 시트콤 '로잔느' 주인공 로잔느 바, 인종차별 트윗으로 '방송폐지'

트럼프, 자신의 열렬 지지자인 바 대변해 디즈니 CEO 저격

인종차별 옹호논란 재차 불거져

백악관 "대통령은 언론의 위선을 지적한 것" 해명

1994년 9월 7일 안드레 아가시와 토마스 머스터의 US오픈 준결승 경기를 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장녀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보좌관/뉴욕=AP연합뉴스1994년 9월 7일 안드레 아가시와 토마스 머스터의 US오픈 준결승 경기를 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장녀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보좌관/뉴욕=AP연합뉴스



미국의 유명 코미디언이 자신이 진행하는 토크쇼 방송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인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보좌관에 대해 성적 욕설을 했다가 파문이 일자 공개 사과하는 일이 발생했다.

TBS 쇼 ‘풀 프런털’(Full Frontal)을 진행하는 코미디언 서맨사 비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방송에서 현 행정부의 이민 정책을 비판하던 중 이방카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가족사진을 공개하며 “이방카, 당신과 당신 아이의 사진이 아름답더라. 하지만 엄마 대 엄마로서 이야기하자면 너희 아버지의 이민 정책에나 좀 뭘 해봐라. 그(트럼프 대통령)가 네 얘기는 듣지 않느냐”라고 비판했다. 그는 그러면서 “무책임한 X(feckless c-)”라는 성적 욕설을 사용했다.




미국 토크쇼 진행자 서맨사 비 /AP연합뉴스미국 토크쇼 진행자 서맨사 비 /AP연합뉴스


서맨사 비가 방송 중 공개한 사진은 이방카가 막내아들과 이마를 맞댄 채 끌어안은 모습을 담고 있다. 이 사진은 공교롭게도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해 1,500명의 이민자 아동의 행방을 파악하지 못한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 직후인 지난 27일 게시돼 대중의 비난을 샀다.

백악관은 성명을 내고 즉각 반발했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서맨사 비가 사용한 언어는 잔인하고 비열하다”고 비난한 뒤 “좌파의 집단 침묵과 언론의 동맹은 충격적이며 그녀의 추잡한 표현과 쇼는 방송되기에 적합하지 않다. 타임워너와 TBS 임원들은 현 행정부의 여성 구성원에 대한 이런 노골적인 비속어를 방송에 허용하지 않겠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온라인에서도 비난 여론이 속출하며 이 방송에 광고를 후원한 기업에까지 불똥이 튀었다. 여론 압박에 온라인 자동차 판매업체인 오토트레이더 등이 해당 프로그램에 대한 협찬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여론이 악화하자 서맨사 비는 이튿날 언론과 트위터 등을 통해 공개 사과했다.

미국 코미디언 서맨사 비의 사과문 트위터 캡쳐미국 코미디언 서맨사 비의 사과문 트위터 캡쳐


그는 성명을 통해 “부적절하고 용납할 수 없는 것이었으며 내가 선을 넘었고 깊이 반성하고 있다. 쇼에서 욕설을 사용한 것에 대해 이방카 트럼프와 시청자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방카 트럼프 미국 백악관 보좌관/AP연합뉴스이방카 트럼프 미국 백악관 보좌관/AP연합뉴스


이런 와중에 미 ABC 방송의 인기 시트콤 ‘로잔느’가 출연자의 인종 차별성 트윗으로 지난달 29일 전격 폐지되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내놓은 반응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바람 잘날이 없는 워싱턴DC인 셈이다.


프로그램과 같은 이름인 로잔느 바가 주인공으로 출연하는 이 시트콤은 지난 3월 부활하면서 수년래 최대 시청률을 기록하는 등 폭발적인 인기를 얻어왔으나 불과 2개월 만에 폐지됐다. ‘로잔느 아줌마’는 1980∼90년대 미국에서 인기리에 방영된 같은 이름의 시트콤을 20년 만에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지난 3월 27일 시작돼 큰 인기를 끌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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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ABC 방송의 인기 시트콤으로 지난 3월 20년 만에 부활했다가 2개월 만에 폐지된 ‘로잔느’의 한 장면/AP연합뉴스미 ABC 방송의 인기 시트콤으로 지난 3월 20년 만에 부활했다가 2개월 만에 폐지된 ‘로잔느’의 한 장면/AP연합뉴스


사단은 바의 트윗에서 발생했다. 바는 트럼프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로 최근 몇 년간 주로 트위터를 이용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등 트럼프 대통령의 정적들을 공격하며 극우적 목소리를 내거나 음모론을 펴왔다. 바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무슬림 형제단과 혹성 탈출이 아기를 낳았다= vj”라고 썼다. vj은 버락 오바마 전임 행정부 시기 백악관 선임고문이었던 밸러리 재럿의 이니셜이다. 바가 이와 같은 말을 하자 미국 내에서는 아프리카계 미국인인 재럿의 출생 이력을 들추며 유인원에 비유했다는 거센 비판이 제기됐다.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자 바는 “재럿의 정치와 외모에 대해 나쁜 농담을 해 진심으로 미안하다”며 사과했다.

하지만 ABC 방송국은 제작중단이라는 초강수를 뒀다. 바가 트윗을 날린 당일 ABC 방송은 “주연 배우 바의 트윗 발언은 혐오스럽고 불쾌하며 우리 가치에 맞지 않는다”면서 20년 만에 리메이크한 자사 시트콤 ‘로잔느 아줌마’를 전격 중단했다.

미국 배우 로잔느 바 /AP연합뉴스미국 배우 로잔느 바 /AP연합뉴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하루 만인 지난달 30일(현지시간) ABC의 모기업인 월트디즈니컴퍼니의 최고경영자(CEO) ‘밥 아이거’를 겨냥한 트윗을 날리며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ABC의 밥 아이거는 밸러리 재럿에게 전화해 ‘ABC는 로잔느 바가 한 종류의 발언들을 용인하지 않겠다’고 알렸다”며 “하지만 그는 ABC에서 방영된 나에 대한 끔찍한 주장들에 대해서는 전혀 전화해 사과한 적이 없다. 어쩌면 내가 전화를 못 받은 건가?”라고 말했다. 로잔느의 주인공이자 자신의 열렬한 지지자인 바가 방송에서 퇴출되자 세계 최대 미디어그룹의 CEO를 제물로 삼는 표현을 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로잔느의 열렬 시청자로 유명하며 로잔느 첫 방영후 바에 높은 시청률 축하하기도 했다. 특히 미국 보수주의자들은 로잔느가 전례 없이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시트콤을 통해 자신들의 존재에 대한 정당성을 찾으려고 애썼으며 주인공인 바를 자신들의 생각을 대변하는 상징적인 스타로 여겨왔다.

CNN은 “시트콤 중단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첫 공개반응은 디즈니 CEO인 밥 아이거에 대한 공격”이라며 “하지만 그는 바의 인종주의적이고 음모론적인 트윗들에 대해서는 어떤 비판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인종차별 옹호논란이 재차 일자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대통령은 언론의 위선을 지적한 것”이라며 “대통령은 이중기준에 대해 말한 것일뿐 누구도 바의 발언을 옹호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박홍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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