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들고 백악관을 예방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에게 미측이 전례 없이 ‘파격적 예우’를 했다는 평가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김 부위원장을 ‘북한에서 두 번째로 힘센 사람(second most powerful man)’이라고 칭하며 치켜세웠다. 여기에 예정에 없던 회담을 갖고 일행들을 직접 배웅하며 기념촬영까지 하는 특별한 호의도 연출했다.
미국 언론들도 백악관의 보기 드문 장면이 연출됐다며 집중 보도했다. 미 NBC방송은 지난 2000년 10월 조명록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인민군 차수) 이후 18년 만에 백악관을 방문한 북측 고위 인사인 김 부위원장이 90분간 트럼프 대통령과 회동하며 이전보다 두 배 이상 길게 머물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백악관이 김 부위원장에게 우방국 최고위급 외교관에게 주어지는 의전을 제공해 거의 모든 면에서 전례 없는 수준으로 환영했다”고 덧붙였다.
실제 김 부위원장은 이날 오후 미 국무부가 제공한 검은색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타고 백악관 내 집무동 앞에 도착해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의 영접을 받았다. 다소 긴장된 표정으로 백악관에 들어선 김 부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환대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지만 안정을 찾은 듯 백악관을 나올 때는 미소에 손짓까지 해가며 여유 있는 모습을 보였다. 김 부위원장도 과거 조 차수가 군복을 입고 호전적 태도로 백악관을 방문한 것과 달리 흰색 와이셔츠에 넥타이를 맨 정장 차림이었다.
백악관은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하는 회동의 성격을 고려해 북측에 우호적 분위기를 조성하려 배석자도 신경 썼다는 후문이다. 이 때문에 북측이 강한 거부감을 보여온 강경파인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은 배석자 명단에서 빠졌다. 통상 대통령 행사에 부통령은 나서지 않기도 하지만 리비아식 모델로 북측을 강하게 압박했던 마이크 펜스 부통령 역시 얼굴을 보이지 않았다.
지난달 말 뉴욕에서 김 부위원장과 고위급 회담을 했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4월 이후 두 차례 방북 당시 김정은 위원장과 김 부위원장으로부터 극진한 예우를 받은 것도 미측 특급 의전에 고려됐다는 관측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부위원장과 면담 후 이례적으로 집무동 밖까지 나와 직접 배웅하면서 최강일·김성혜 등 면담에 배석하지 않은 북측 인사들과도 악수하며 기념촬영을 했다.
백악관을 나와 워싱턴DC에서 다시 뉴욕으로 돌아온 김 부위원장 일행은 하룻밤을 더 보낸 뒤 2일 호텔 근처의 북한 유엔대표부에 들렀다 경찰차와 경호 차량들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공항으로 이동해 3박 4일 동안의 방미 일정을 마치고 귀국길에 올랐다./뉴욕=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