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고객 응대 같은 B2C(소비자대상)보다 대기업의 지속 가능한 사업을 돕는 B2B(기업대상) 분야에서 더 큰 성장을 이룰 것입니다.”
캐나다의 대표 AI 스타트업 엘리먼트AI의 음병찬(사진) 한국지사장은 최근 서울 역삼동 팁스타운에서 열린 고벤처포럼에서 AI 발전 가능성이 빙산의 수면 아래 부분처럼 무궁무진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카카오 AI사업개발 총괄을 맡았던 음 지사장은 지난해 엘리먼트AI에 합류해 국내 대기업들과 AI솔루션 공동개발을 모색하고 있다. 그는 “알파고처럼 사람들 눈길을 사로잡는 AI 활약들은 많지만 제조에서 물류까지 기업 밸류체인에 AI가 적용돼 성공한 사례는 많지 않다”며 “아직 AI가 시장 초기이며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캐나다 퀘벡주 몬트리올에 본사를 둔 엘리먼트 AI는 이미 한국기업과 인연이 깊다. 지난해 현대자동차·SK텔레콤·한화가 각 1,500만달러 출자해 조성하는 ‘AI연합펀드’에 엘리먼트 AI가 기술자문을 맡았다.
AI 과학자, 엔니지어 등 전 세계 AI 전문가 270여명을 보유한 엘리먼트AI는 딥러닝과 플랫폼기술을 활용해 각 기업이 필요로 하는 맞춤형 AI 개발을 지원한다. 음 지사장은 “예컨대 LCD 기판의 오류를 잡는 검사장비업체인 일본 강소기업 다카노는 엘리먼트 AI와 손잡고 AI 솔루션을 하드웨어에 탑재해 오류 검출능력과 정확도를 크게 향상시켰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다른 회사가 무단으로 베낀 모방상품(카피캣)을 찾아내거나 트럭을 적절히 배차해 항구 물동효율을 높이는 데도 AI가 적용된다.
일반 기업에 AI 전문가가 없기 때문에 협업은 필수다. 그는 “특히 전 세계 7,000여명의 AI 연구자 가운데 1,000여명만이 엘리먼트AI 같은 스타트업을 선택했을 뿐”이라며 “나머지는 구글 같은 공룡기업으로 흡수돼 일반 기업을 도울 AI 전문가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엘리먼트AI도 자국의 AI 연구결과가 다른 글로벌기업으로 유출되는 것을 염려한 캐나다 정부의 스타트업 지원에 힘입어 설립됐다. ‘세계 딥러닝 3대 장인’으로 불리는 요슈아 벤지오 몬트리올대 교수 등이 공동으로 지난 2016년 세웠다. 그는 “한국 AI 스타트업도 300여곳에 달하는데 한국 정부 차원의 AI 스타트업 육성책이 조만간 본궤도에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AI를 도입하는 데 기업 설득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직도 많은 기업이 기존 시스템에 AI만 끼우면 된다거나 AI가 다 알아서 할 것으로 오해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기업을 설득, 교육하는 것은 AI 스타트업의 몫”이라며 “기업 내 프로세스와 조직을 바꾸는 사전작업과 함께 AI 툴을 받아들이기 위한 경영진의 인식 전환, 지속적 투자가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글·사진=박현욱기자 hw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