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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이어 11번가도 국민연금 투자 유치할까

국내 PEF와 메자닌 방식 논의

지분매각 실패에 FI 끌어들인듯

수년째 영업적자 기록 11번가

유치 땐 시장 평가개선 기대

0415A23 SK플래닛 실적




0415A23 주요전자상거래  업체 거래약 추이 수정3


SK플래닛이 국민연금이 투자지분을 보유한 국내 사모투자펀드(PEF)로부터 수천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SK플래닛은 주요 사업인 전자상거래업체 ‘11번가’ 지분 매각을 위해 신세계·롯데 등 전략적 투자자(SI)와 협상했으나 사실상 실패했고, 대안으로 재무적투자자(FI)를 끌어들인 것으로 보인다. 11번가는 업계 2위지만 수년째 적자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며 투자 유치를 위해 대주주인 SK텔레콤(017670)이 일종의 담보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K플래닛은 대주주인 SK텔레콤의 지분(98.1%) 일부에 대해 메자닌 형식의 투자를 논의하고 있다. 메자닌 투자는 전환사채(CB)나 전환우선주(CPS) 형태로, 일반적인 보통주 투자보다 안정적으로 평가받는다. 사채 형식으로 투자했다가 상환이 어려워지면 주식으로 전환되고, 일정 조건에 부합하면 매각 측이 되사주는 조건을 달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그 동안 수차례 투자유치에서 실패한 SK플래닛의 대주주인 SK텔레콤이 추가 조건을 제시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SK그룹 관계자는 “국내 PEF 운용사와 투자 유치를 위한 협상 막바지에 와 있으며 일부에서 주장하는 경영권 매각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SK플래닛은 신세계·롯데와 최대 1조원 가량의 투자 협상을 벌였으나 사실상 결렬됐고, 경영권을 넘기지 않는 재무적 투자 역시 쉽지 않았다.


IB업계 관계자는 “2~3년 전부터 SK플래닛이 국내 전략적 투자자뿐만 아니라 재무적 투자자인 PEF에 투자를 추진했으나 기업 전망이 밝지 않아 무산됐다”며 “국민연금의 투자가 성사되려면 대주주의 확실한 담보가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SK플래닛 입장에서는 메자닌 투자가 비록 비싼 이자를 치르는 것이지만 회계상 부채비율을 줄여 회사채 시장에서 자금 조달이 쉬워지는 측면이 있다. 11번가가 수년째 영업적자 상태이고 업계 2위의 지위마저 네이버 등 후발주자가 치고 나오며 흔들리는 상황에서 이번 투자가 성공하면 시장의 긍정적인 평가도 이끌어 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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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플래닛은 2016년 영업적자만 3,652억원을 기록했고, 2019년까지 손익분기점을 넘긴다는 목표지만 올해 1·4분기에도 445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주력사업인 11번가가 연 9조원의 거래액을 기록하고 있지만 마케팅 비용이 높아 적자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만 전자상거래 업체는 일반기업과 달리 재무제표보다는 거래액이나 순 사용자 수 등을 기반으로 기업가치를 판단한다. 3년간 1조 7,000억원의 손실을 낸 쿠팡도 이 같은 기준을 적용해 소프트뱅크나 블랙록 등 글로벌 투자자로부터 1조원 넘는 투자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이번 투자를 시작으로 11번가 매각에 물꼬가 트이는 게 아니냐고 해석하고 있다. 경영권을 넘기지 않는 조건으로 투자를 받았지만 기업 상황이 더 나빠지면 투자자가 저점 매수의 기회로 보고 추가로 지분을 인수할 가능성이 열리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SK그룹 내부에서는 11번가가 ‘제 2의 멜론’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11번가는 이동통신업계가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콘텐츠’와 ‘e커머스’ 산업 측면에서 잠재력이 크다. SK텔레콤이 ‘멜론 트라우마’를 한 번 더 겪을 가능성도 있다. 멜론은 2013년 홍콩계 PEF인 어피니티에 2,659억원에 매각됐다가 2016년 초 카카오가 1조8,000억원에 사들였다. SK텔레콤은 헐값에 넘긴 멜론 대신 최근 자회사인 SK테크엑스를 통해 다시 한 번 음악 서비스 시장에 도전하고 있다.

SK플래닛이 11번가를 떼어낸 후 남은 사업부만 SK테크엑스와 합병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SK테크엑스는 지난 2016년 3월 SK플래닛에서 분리된 SK텔레콤의 자회사다. 모바일 음악 애플리케이션인 뮤직메이트를 비롯해 날씨·여행 등 다양한 분야에서 모바일 기반 신사업에 나서고 있다. 시럽, OK캐쉬백, T스토어 등의 서비스를 운영 중인 SK플래닛과 사업 영역은 다르지만 기본적인 성격은 유사하다. 두 회사는 현재 인공지능(AI) 챗봇, 카드사·은행 마일리지를 데이터로 전환해주는 ‘데이터소다’, 서비스 이용권 마케팅 프로모션 등 여러 영역에서 협업을 유지하고 있다.
/권용민 임세원기자 why@sedaily.com

임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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