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춘(사진) 회생법원장이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법원 노조)의 법원장급 이상 인사 평가에서 유일하게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오는 13일 시행되는 개인회생 변제기간 단축안을 준비 없이 밀어붙였다는 게 이유다. 반면 김명수 대법원장은 조합원의 91.3%가 지지를 보내 고위 법관들 중 최고 수준의 평가를 받았다.
법원 노조는 대법원장을 비롯한 각급 법원장, 4급 이상 관리자 및 승진예정자에 대해 지난달 23일부터 30일까지 조합원 4,648명이 다면평가를 실시한 결과 이 법원장이 평균 45.4%의 지지를 얻어 유일하게 부적합 평가를 받았다고 4일 밝혔다. 이 법원장은 관리자 적합성 부문에서 48%, 행정·입법권 견제 부문에서 44%, 국민기본권 향상 부문에서 44%씩을 얻어 전체 40명의 법원장급 이상 인사 가운데 유일하게 평균 50%를 밑돌았다. 전남대 법대 출신으로 지난 1987년 임관한 이 법원장은 지난해 3월 출범한 서울회생법원 초대 법원장이다.
법원 노조 관계자는 “지난 1월 초 개인회생 변제 기간을 기존 5년에서 3년으로 개정하는 법을 인적·물적 준비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결과가 평가에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며 “이 결정으로 이미 인가가 확정된 채권자가 법원에 항의하고, 채무자들이 변제계획변경 신청을 내는 등 일선 법원에 사건이 폭주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김 대법원장은 평균 91.3%로 김인욱 인천지방법원장(91.4%)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안철상 법원행정처장과 김창보 법원행정처 차장이 각각 78.2%, 75.2% 지지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훨씬 높은 평가다. 특히 관리자 적합성과 국민기본권 향상 부문에서는 각각 93%의 지지를 얻어 최고점을 기록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퇴임 전 마지막 다면평가 결과는 적합도 11.1%였다.
김 대법원장은 지난 3월 법원 노조와 면담을 진행하고 현판식에 참석하는 모습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또 최근 양승태 사법부의 ‘재판 거래’ 의혹과 관련해 3차 진상조사를 추진한 것이 지지로 이어졌다.
법원 노조가 매년 실시하는 해당 평가 결과를 외부에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법원 노조는 이 결과를 법원 내부 통신망인 코트넷에 게시하고, 부적격 관리자와 승진예정자 명단을 법원행정처에 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