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0월. 미국 육군 특공부대의 앨버트 마를 상사는 포틀랜드에서 샬럿으로 가기 위해 미 항공사의 이코노미석에 올랐다. 군 예식에 참석하느라 정복을 입은 마를 상사는 승무원에게 제복 상의가 구겨지지 않도록 옷장에 보관해달라고 부탁했지만 거절당하고 말았다. 기내 옷장은 오직 일등석 승객만 이용할 수 있다는 이유였다. 이를 지켜본 승객들이 항의했고 일등석 탑승객들은 ‘국가를 위해 봉사해줘서 고맙다’며 옷 보관은 물론 자리까지 양보하겠다고 앞다퉈 나섰다. 미국인들이 평소 군인과 군복을 얼마나 소중히 여기고 예우하는지를 보여준 생생한 사례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MIU(Men In Uniform)’라고 해 제복 입은 공무원을 존경하며 애국심의 상징으로 삼는다. 군인이나 경찰·소방관처럼 국가를 위해 숨지거나 다친 이들에게 공동체의 일원으로 아낌없는 신뢰를 보내는 것이다. 원래 제복은 밝고 화려한 색이 많았다. 기원전 2,500년께 수메르 보병은 염소 털로 만든 옷을 입었고 알렉산더대왕의 보병은 화려한 깃털이 달린 투구와 번쩍이는 청동으로 가슴을 보호하는 군복을 입었다. 특히 근접전이 많은 상황에서는 적의 공포심을 유발하고 병력을 부풀리기 위해 붉은색 군복을 즐겨 입었다고 한다. 오늘날 영국 근위대가 곰 털 모자에 붉은색 제복으로 왕실의 권위를 상징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유독 우리나라에서는 제복이 제대로 대접받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다. 오히려 시민들로부터 얻어맞거나 무시당하기 일쑤다. 이는 굴곡의 과정을 거친 우리 현대사의 영향도 적지 않을 듯하다. 광복 직후 어느 경찰 기관지에서는 ‘새 경찰’에 대해 이렇게 정의했다. ‘때가 묻고 추하고 더러운 낡은 옷(古衣)을 벗어버리고 복신복신하고 따스하고 깨끗한 새 옷을 입은 경찰’이라고 말이다. 경찰 제복을 내세워 이미지 쇄신에 나서겠다는 의지의 표명일 것이다.
정부가 공권력을 바로 세우겠다며 칼을 빼 들고 나섰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4일 대국민 담화문을 내고 제복공무원 폭행에 대해 단호하고 엄정하게 대처하겠다고 천명했다. 뒤늦기는 했지만 당연한 일이다. 이제라도 제복이 존중받아야 우리 사회의 법과 원칙이 바로 선다는 국민의 인식 전환이 절실한 때다. 물론 제복을 입은 이들 스스로 권위와 위상을 되찾고 국민으로부터 존경받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정상범 논설위원 ssang@sed.co.k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