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右'로 누운 유럽...反난민정서 EU를 할퀴다

살비니 伊 신임 내무장관

"伊, 유럽 난민캠프 아니다"

슬로베니아 총선도 우파 勝

동유럽까지 우경화 거세져

獨은 난민스캔들로 정국 흔들

EU내 반이민 정서 고조될 듯

4일 프랑스 파리 북부 생마르탱 운하 인근에 거주하던 난민들이 경찰의 경계 속에 난민촌을 떠나고 있다. 난민촌 철거로 이날만 500명 이상의 난민들이 임시 거주시설로 이동했다.  /파리=AFP연합뉴스4일 프랑스 파리 북부 생마르탱 운하 인근에 거주하던 난민들이 경찰의 경계 속에 난민촌을 떠나고 있다. 난민촌 철거로 이날만 500명 이상의 난민들이 임시 거주시설로 이동했다. /파리=AFP연합뉴스




0515A11 망명수정


“이탈리아는 유럽의 난민캠프가 아니다.”

서유럽 최초로 반(反)유럽연합(EU) 성향의 포퓰리즘 정권을 탄생시킨 이탈리아 신임 내무장관 마테오 살비니는 3일(이하 현지시간) 남부 시칠리아를 방문한 자리에서 이같이 밝히며 난민에 대한 강경 정책을 예고했다. 시칠리아는 난민들이 이탈리아로 들어오는 주요 도착지다. 공교롭게도 이날 시칠리아를 향해 지중해를 건너오던 튀니지 난민 50여명이 물에 빠져 목숨을 잃었다.

지난 2015년 난민 사태 이후 잠잠해진 듯했던 유럽의 난민 문제가 최근 다시 부각되면서 각국에서 반난민 돌풍이 거세지고 있다. 난민의 대량유입에 따른 사회 문제에 지친 민심이 반난민 정책을 앞세운 우파 정당을 띄우면서 난민의 유럽 관문인 남유럽은 물론 오스트리아·헝가리·슬로베니아 등 동유럽에 이르기까지 우경화가 확산되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에서도 극우세력의 입김이 커지면서 EU와의 충돌에 따른 잡음이 불가피하게 됐다.


반난민 기조 확산의 선봉장은 이탈리아다. 연일 반난민 강경 발언을 쏟아내고 있는 살비니 장관은 최근 내무부 전문가들에게 이탈리아에 오는 난민 수를 줄이고 추방자를 늘리는 방법을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1일 취임 일성으로 “난민 정책을 뜯어고칠 것”이라고 밝혔던 만큼 강경한 정책들이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이탈리아에는 2013년 이후 무려 70만명 이상의 난민들이 밀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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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유럽에서도 반난민을 앞세운 우경화가 짙어지고 있다. 3일 치러진 슬로베니아 총선에서는 야네즈 안샤 전 총리가 이끄는 반난민 성향의 슬로베니아민주당(SDS)이 25%의 득표율로 제1당이 됐다. 슬로베니아는 2015년 난민 사태가 벌어졌을 때 발칸 루트를 거쳐 유럽으로 가려는 난민들의 종착지 중 한 곳으로 당시 50만명이 들어온 것으로 추산된다. 앞서 오스트리아와 헝가리 등에서도 반난민 우파 정당이 집권에 성공한 바 있다. 미 CNN방송은 “이들 국가는 모두 EU의 난민 분산수용 정책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었다”고 설명했다.

독일과 프랑스 등에서도 반난민 정서가 고조되는 추세다. 독일에서는 지난해 총선에서 극우 신생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처음으로 연방의회에 입성해 연일 기세를 올리고 있는 가운데 앙겔라 메르켈 정부가 3일 난민들로부터 뇌물을 받고 망명을 허용했다는 이른바 ‘난민 스캔들’이 정국을 뒤흔들고 있다. 난민에 포용적이었던 메르켈 정부의 스캔들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유럽 내 반난민 정서가 한층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메르켈 총리가 지난해부터 이러한 문제를 알고 있으면서도 제대로 대처하지 않았다는 폭로가 나오면서 불난 민심에 기름을 부었다. EU 내에서도 가장 많은 난민을 수용하고 있는 독일은 지난해에만 22만2,560명을 받아들여 2위인 이탈리아를 2배가량 웃돌았다.

프랑스에서도 난민으로 인한 사회 문제로 국민전선 등 프랑스 내 극우정당이 주요 세력을 떠오르자 에마뉘엘 마크롱 정부가 난민 정책과 관련해 전과 달리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프랑스는 최근 의회가 망명법 강화안을 승인한 데 이어 당국이 파리 북부의 대규모 불법 난민촌 철거에 돌입한 상태다.

유럽 이주 전문가 이브 파스코우는 “EU가 회원국 간의 분열로 교착상태에 빠져 있다”며 “이주에 대한 통합된 접근법을 갖고 있지 않아 갈등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앤드루 게디스 유럽대학연구소 이민정책연구원장은 “유럽 지역에서 반이민 정서에 호소하는 정당이 성장하면서 주류 정당들도 점점 더 이러한 포퓰리즘적 사고를 수용하거나 이에 대응하려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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