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정상회담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미국과 북한이 본격적인 의전 준비에 돌입했다. 비핵화라는 민감한 의제가 다뤄지는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에서는 잘못된 정치적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표정과 몸짓 하나까지 사전준비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례 없는 회담인 만큼 국제 외교가에서 통용돼오던 외교 의례인 ‘프로토콜 각본’이 소용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3일(현지시간) CNN은 백악관 고위관리의 말을 인용해 “조 헤이긴 백악관 부비서실장이 정상회담을 위한 세부사항을 대부분 확정했다”고 보도했다. 회담에 대한 세부사안들이 조율되면서 양측이 본격적인 의전 준비에 돌입한 가운데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이날 북미 양측의 회담 준비 담당자들이 최상의 그림을 만들어내기 위해 △경호 △스킨십 △만찬 메뉴 △공동합의문 채택 여부 △선물 교환 △언론 발표 등에서 한 치의 오차도 없는 디테일을 완성하기 위해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무엇보다 공을 들이는 부분은 경호 등 신변 안전 문제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도로와 기타 공공시설은 회담 주최국인 싱가포르 책임이지만 근접경호는 각국에서 직접 챙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용 차량과 전용 헬리콥터를 대동하고 백악관 비밀경호국(SS)의 호위를 받을 예정이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우리의 청와대 경호실 격인 북한 974부대 소속 경호원들의 밀착경호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장비와 인력 문제 등을 이유로 미국 SS와 공조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두 정상의 입장 방식도 관심사다. 먼저 도착한 정상이 다른 정상을 맞이하는 방식이나 두 사람이 동시에 입장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통상 지위가 낮은 사람이 먼저 도착하는 게 외교 관례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파격적으로 김 위원장을 맞이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회담 장소에 북한을 하나의 국가로 인정해 인공기를 함께 게양할지도 이번 회담에서 눈여겨볼 대목이다.
외국 정상들을 만났을 때 꽉 움켜쥐는 ‘공격적 악수’를 즐기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에는 어떤 식으로 김 위원장과 스킨십을 할지, 김 위원장이 이에 어떤 반응을 할지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남북 정상회담에서 적극적인 스킨십을 보여준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파격적인 장면을 연출할 가능성도 크다.
정상회담의 또 다른 의미를 담은 만찬 메뉴 등도 의전 준비팀이 상당히 신경 쓰는 대목이다. 중립적 메뉴의 성격이 강한 싱가포르 메뉴 혹은 소고기나 쌀 등 양국의 주식을 곁들인 메뉴가 검토될 수 있다.
한편 관심을 모았던 ‘퍼스트레이디’의 만남은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가 이번 회담에 참석하지 않는다는 ABC방송의 보도가 나오면서 불발 가능성이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