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얼라들 말처럼 與 밀어줄라꼬" "그래도 해본 사람이 안낫겠능교"

[6·13 지방선거 격전지 현장을 가다] -부산·경남

'리턴매치'로 흥행몰이..낙동강벨트에 명운 건 여야

부산경남(PK)은 대구경북(TK)과 함께 보수의 오랜 텃밭이다. 실제로 지난 1995년 민선 지방선거 부활 이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진보 진영 후보에게 당선을 허락하지 않았다. 물론 2010년 당선 이후 민주통합당에 입당한 김두관 경남지사의 사례가 있긴 했지만 당선 당시 신분은 무소속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오래도록 견고할 것만 같던 민심이 요동치면서 PK는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더욱이 공교롭게도 두 곳 모두 여야 후보 간의 ‘리턴매치’로 일찌감치 흥행몰이를 예고했다. 6·13 지방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온 4일 PK를 찾아 유권자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봤다.

4일 부산광역시 남구 용호동 사거리에 오거돈 더불어민주당 부산시장 후보와 서병수 자유한국당 부산시장 후보의 현수막이 걸려있다./부산=하정연 기자4일 부산광역시 남구 용호동 사거리에 오거돈 더불어민주당 부산시장 후보와 서병수 자유한국당 부산시장 후보의 현수막이 걸려있다./부산=하정연 기자






●부산

대학가 중심 권력교체 열망 강해

중장년층 사이서도 변화 조짐

“한번 더 보수 믿어보자” 목소리도



“우리 얼라들 말도 함 들어줘야 안 되겠나.”

4일 부산역에서 만난 김성희(67)씨는 6·13 지방선거의 판세를 묻자 이렇게 답했다. 그는 “외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아들도 전화해서 1번 찍으라고 하더라”면서 “우리보다 아는 것도 많고 눈도 밝은 자식들이 저리 원하는데 이번에는 들어줘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또 “한 번은 소용돌이가 쳐야 하는 법”이라며 “한 번쯤 (권력을) 바꿔서 대통령한테 힘을 실어줄 필요도 있다”고 전했다.

보수 텃밭으로 불리던 부산 민심은 요동치고 있었다. 반전의 열쇠를 쥔 장년층 유권자 사이에서도 적지 않은 변화의 조짐이 감지됐다. 낮에는 개인 사업체를 운영하고 밤에는 택시 운전을 한다는 유상욱(52)씨는 “몇 년 새 손님도 급격히 줄면서 많이 힘들어졌다. 얼마나 힘들면 내가 ‘투잡’을 뛰겠느냐”고 한탄했다. 대학가에서도 지방권력 교체에 대한 열망이 강하게 표출됐다. 부산대에 재학 중인 최모(21)씨는 “부마항쟁의 정신은 다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며 “청년층이 모이면 승산이 있다. 이제는 부산을 살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는 반대로 ‘한 번 더 자유한국당을 믿어보자’는 목소리도 적지는 않았다. 정책의 연속성을 위해서는 서병수 한국당 후보가 계속 시정을 이끄는 게 안정적이지 않겠느냐는 주장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와 집권여당에 대한 실망’으로 한국당을 찍겠다는 유권자들도 눈에 띄었다. 수산물업체를 운영하는 오모(45)씨는 “경제가 나빠진 게 어디 부산뿐이겠느냐”며 “한국당을 지지하지는 않지만 현 정부 들어 내놓은 정책들을 짚어보면 그래도 보수야당에 힘을 실어줘 정권을 견제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가에서 만난 송모(23)씨도 “부산이 노년층이 많은 ‘실버도시’라서 그런지 민주당 공약도 노인복지나 출산에만 집중돼 있다”며 “청년들을 위한 공약이 제대로 준비돼 있지 않은 것 같아 아쉽다”고 전했다.

4일 경남 창원시 성산구 상남시장 앞 사거리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선거운동원들이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치열한 홍보전을 벌이고 있다. /창원=류호기자4일 경남 창원시 성산구 상남시장 앞 사거리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선거운동원들이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치열한 홍보전을 벌이고 있다. /창원=류호기자




●경남

김경수, 드루킹사태로 인지도 UP

5060 김태호 지지도 만만찮아

입닫은 ‘샤이보수’ 막판 변수로




“문재인 판박이라 카는데 잘 안 하겠는교.” “그래도 요는 보수성향이 강한 동네니까 함 지켜봐야지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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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 지방선거가 9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최대 격전지로 떠오른 경남지사 선거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낙동강 벨트에 불고 있는 ‘여풍(與風)’과 이에 위기감을 느낀 보수진영이 격돌하는 모습이다. 4일 지역 민심을 듣기 위해 경남의 최대 도시인 창원을 찾았다. 웬만한 광역도시와 맞먹는 인구 100만의 창원은 경남 선거의 바로미터로 꼽힌다.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대해서는 ‘강한 여당 도지사’라는 장점과 ‘경남도 이제는 바꿔야 한다’는 분위기가 맞물리며 유권자들의 마음을 흔들고 있었다. 40대 주부 김모씨는 “여기는 원래 ‘빨간당(자유한국당)’인데 많이 달라졌다”며 “보수가 부끄러우니 여당을 밀자는 분위기가 상당하다”고 전했다. 창원 토박이라고 밝힌 김모(71)씨는 “정부 경제정책에 대한 비판도 있지만 어떻게 모든 것을 잘할 수 있겠느냐”며 “1년 만에 좋아질 수 없는 만큼 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의도 정가를 뒤흔든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은 정작 경남 표심에는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오히려 드루킹 사건으로 김경수 후보에 대한 인지도가 크게 올랐다는 반응이었다. 황지현(40)씨는 “오히려 드루킹 때문에 시골 분들도 김경수에 대해 많이 알게 됐다”고 말했다.

다만 김태호 자유한국당 후보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은 워낙 보수성향이 강한 지역인 만큼 ‘막판 역전극’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지 않는 ‘샤이보수’들이 투표 당일 몰릴 수 있다는 것이다. 창원중앙역에서 만난 장모(63)씨는 “창원은 박정희 대통령 덕분에 발전한 도시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며 “그래도 김태호 후보는 지사를 두 번이나 해봤으니 좀 더 잘하지 않겠냐”고 전했다. 창원에서 30년 넘게 택시를 몰고 있다는 이모(60)씨도 “보수에 실망해 선거 얘기 자체를 꺼리는 사람이 제법”이라면서도 “김경수를 지지한다는 사람이 적지 않지만 실제 표로 연결될지는 가봐야 아는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하정연기자, 창원=류호기자 rho@sedaily.com

김현상·하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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