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속도 조절을 고려해야 한다”고 직언했다. 공약대로 ‘2020년 시급 1만원’을 강행하면 고용이 줄고 임금 질서가 무너지면서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많다는 이유에서다. 국책연구기관이 최저임금 속도조절론을 꺼낸 것은 처음이다.
KDI는 4일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보고서에서 “(공약대로) 2년간 최저임금을 15%씩 올리면 고용감소 규모가 오는 2019년 9만6,000명, 2020년 14만4,000명에 달할 수 있다”며 이같이 조언했다. 전망치는 지난 2000~2004년 최저임금을 60%(실질기준) 올린 헝가리 사례 연구(2017년 발간)를 한국에 적용한 결과다. 최저임금이 급등하면 전체 근로자 중 최저임금 영향권(최저임금 1.2배까지) 비중이 올해 17%에서 2020년 28%까지 치솟아 고용에 미치는 악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됐다. 또 단순노동 일자리가 줄고 경력에 따른 임금격차가 사라져 근로의욕이 떨어지는 부작용도 우려됐다. 최저임금 인상은 정부 소득주도 성장 정책의 핵심이다. 집권 2년차를 맞아 내년 최저임금도 상당폭 인상이 예상되는 가운데 국책연구기관까지 속도조절론을 꺼내 들면서 최저임금을 둘러싼 논란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