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역사적 만남 시간과 장소가 모두 확정됐다. 오는 12일 오전9시(현지시각)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호텔이다.
회담 시작 시간은 오전9시로 다소 이른 편이다. 하지만 진행 방식은 일반적인 정상회담 관례를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김 위원장이 정상국가의 길을 강력하게 지향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이럴 경우 오전에는 수행원 없이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단독으로 회담을 먼저 하고 오후에 확대 회담을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 오찬 동석에 대한 전망은 반반이다. 관례대로라면 두 정상이 한 테이블에서 오찬을 함께할 수도 있지만 지난 4·27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당시 김 위원장은 북측으로 돌아가 별도 오찬을 하면서 오후 회담에 대한 전략을 가다듬었다. 이번 북미 정상회담 역시 비핵화와 체제보장 빅딜이라는 까다로운 의제를 다룬다는 점에서 오찬이 각 측의 개별 논의 시간으로 활용될 수 있다. 오후 확대 회담 이후에는 공동 선언문이나 성명 발표, 만찬 등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에는 북한 최고 지도자가 생중계 카메라 앞에 선 적이 없었지만 이미 김 위원장은 4·27 남북 정상회담 때 전례를 깼다. 단독 회담과 확대 회담을 통해서도 최종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추가 회담이 있을 수도 있다. 이럴 경우 날짜를 넘겨 다음날 후속 행사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외교가에서는 양 정상이 센토사섬으로 진입하기 전 이동 수단, 숙박 등 의전에도 주목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 포스 원’을 이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실제 대통령이 탑승하지 않는 또 다른 전용기인 ‘디코이(decoy)’ 투입 여부가 관심사다. 지난 2003년과 2006년 조지 W 부시 당시 대통령, 2009년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이 싱가포르를 방문할 당시 세 차례 모두 디코이가 등장했다. 김 위원장은 옛 소련 시절 제작된 ‘일류신(IL)-62M’ 기종을 개조한 전용기 ‘참매 1호’를 타고 싱가포르로 향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 위원장 역시 중국 다롄 방문 당시처럼 화물기를 1대 더 추가로 띄우는 한편 중국 푸저우에 중간 착륙해 급유를 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김 위원장의 이동을 지원하기 위해 전투기 호위 포함, 특별 경호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량은 양 정상이 공수할 수 있지만 의전의 격을 맞추는 차원에서 싱가포르 정부가 제공하는 동일 모델을 이용할 것으로 보인다. 현지 일간 더 스트레이츠타임스는 방탄·방폭 기능을 가진 BMW 760Li 모델이 제공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양 정상의 숙소는 아직 공표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숙소는 이미 특별행사구역으로 지정된 샹그릴라호텔, 김 위원장의 숙소는 샹그릴라 호텔 인근 세인트레기스호텔이나 마리나베이 근처 풀러턴호텔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