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평양 이스터(라파누이)섬의 모아이 석상 위에 올려져 있는 거대한 원통형 돌을 어떻게 올려놨을지에 대한 의문이 풀렸다.
‘푸카오(Pukao)’로 불리는 이 돌 모자는 붉은색 화산암을 깎아 만들었으며, 무게가 12t에 달하는 것도 있다. 고고학계에서는 이스터섬 원주민들이 이런 거대한 돌을 어떻게 운반해 높이 10m의 거대한 석상 위에 얹어 놓았는지 의문을 가졌다. 7일 외신에 따르면 빙햄턴 뉴욕주립대학 인류학 교수 칼 리포 연구팀은 3D 모델 등을 이용해 답을 내놓았다.
연구팀은 원주민들이 채석장에서 10여㎞ 이상 떨어진 모아이까지 푸카오를 굴려서 운반한 뒤 대형 램프와 밧줄을 이용한 방식으로 끌어올렸으리라고 추측했다. 리포 교수는 “밧줄로 원통형의 푸카오를 두른 뒤 위에서 이를 잡아당겨 끌어올리는 방법을 사용했을 것”이라며 “이는 램프 경사로로 푸카오를 굴려서 끌어올리는 데 필요한 노력을 최소화할 수 있는 단순하면서도 명쾌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 작업을 하는 데는 10~15명 정도면 충분했을 것으로 연구팀은 분석했다. 이전에는 돌을 쌓거나 램프 경사로로 밀어 올리는 방식으로 푸카오를 얹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원주민들이 모아이 석상을 만들기 위해 노동력과 자원을 생각보다 많이 투입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칠레 해안에서 3,700㎞ 가량 떨어진 외딴섬인 이스터섬은 1722년 네덜란드 탐험가 야코프 로헤벤 선장이 발견했을 당시 나무 한 그루 없는 황량한 벌판에 수백개의 모아이 석상만 있는 기괴한 모습이었다고 한다.
신격화된 조상의 얼굴을 담은 것으로 보이는 이 석상들은 모두 내륙을 바라보고 있으며 섬을 수호하는 의미를 가진 것이라 추정되고 있다. 1250~1500년 무렵에 집중적으로 제작됐으며, 총 887개에 달하는 석상의 평균 크기는 4m에 달한다.
이스터섬에는 한때 2만명에 가까운 원주민이 있었지만 이 거대한 석상을 옳기는 데 사용하기 위해 숲을 파괴해 생태계가 붕괴하고, 원주민 간 전쟁까지 벌어져 문명이 파괴됐다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연구팀은 “이스터섬은 원주민이 비이성적으로 행동하고 이런 행동들이 재앙적 생태계 붕괴로 이어진 곳으로 다뤄져 왔다”면서 “그러나 고고학적 증거들은 이런 인식이 크게 잘못돼 있으며, 원주민들이 섬에서 한 행동과 500년간 이 작은 외딴 섬에서 성공적으로 살아온 부분을 상당히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권혁준인턴기자 hj7790@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