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가동률 하락은 자연스러운 재고 조정의 과정일 수 있다. 하지만 제조업 위기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보다 냉정하고 현실적인 분석이다. 무엇보다 가동률 하락이 2010년 이후 추세적으로 굳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10년 이전까지 전년 대비 플러스를 기록했던 가동률 지수 증가율은 2011~2014년 -1.3%로 떨어지더니 이후 3년 동안 -1.6%로 악화됐다. 이쯤 되면 단순한 경기 순환상 문제가 아니라 제조업이 근본적인 위기에 봉착했다고 봐야 한다.
산업연구원의 지적처럼 외환위기 이후 기업 체질 개선 노력을 소홀히 한 대가가 아닐 수 없다. 조선업 구조조정을 미루다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가. 이명박 정부 때부터 적신호가 켜졌지만 차일피일 미루다 최근에야 간신히 매듭지어졌다. 그 사이 대우조선해양은 20조원의 공적자금을 삼켰고 성동조선은 혈세만 축낸 채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어디 조선산업뿐이랴. 고비용 구조인 자동차와 과잉생산의 철강 등도 쓴 약을 처방한 기억이 거의 없다.
결국 경쟁력의 문제다. 구조조정은 멀쩡한 기업을 죽이자는 것이 아니라 옥석을 가려 기업 경쟁력을 키우는 데 목적이 있다. 경쟁력 제고에는 왕도가 없다. 기업 스스로 신성장동력 발굴과 생산성 제고에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지만 정부도 건전한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관심을 가져야 한다. 한계·좀비기업을 신속히 퇴출시켜야 하고 노동개혁과 규제혁파를 통해 기업 경쟁력을 뒷받침해야 한다. 허약체질로는 세계의 공장이자 시장인 중국을 당해낼 수 없다. 중국은 이제 반도체마저 한국 추월을 벼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