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뉴라스타' 바이오시밀러 등장…국내 기업은 신약 개발로 맞불

美 FDA '풀필러' 판매허가 승인

암환자 늘며 글로벌경쟁 격화에

한미약품·제넥신 임상속도 높여

백혈병의 일종인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뉴라스타’의 첫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가 미국에서 허가를 받으면서 신약을 개발 중인 국내 기업들의 현황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바이오시밀러 무풍지대’로 불렸던 뉴라스타의 복제약이 등장함에 따라 국내 기업들의 개발 속도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식품의약국(FDA)는 최근 미국 마일런과 인도 바이오콘이 공동개발한 바이오시밀러 ‘풀필러’의 판매를 승인했다. 풀필러의 오리지널 의약품은 미국 암젠이 판매 중인 뉴라스타다. 호중구치료제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면서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45억3,000만달러(약 4조8,400억원)어치가 팔렸다. 뉴라스타의 특허는 지난 2015년 만료됐지만 바이오시밀러가 출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노바티스의 자회사 산도스가 도전장을 내밀었다가 최종 심사에서 탈락하는 등글로벌 제약사들도 잇따라 고배를 마신 바 있다.


호중구감소증은 암 환자들이 항암제를 투약했을 때 생기는 부작용으로 일종의 백혈병이다. 백혈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호중구가 혈액에서 과도하게 빠져나가기 때문에 면역력이 급격히 저하되고 정상인은 걸리지 않는 감염병에 취약해진다. 고령화로 암 환자가 급격히 늘면서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시장도 폭발적으로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크리든스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시장은 2016년 77억달러에서 2025년 126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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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중구감소증 치료제의 첫 바이오시밀러가 탄생하면서 신약을 개발 중인 국내 기업들도 조기 출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미약품(128940)은 미국 스펙트럼에 기술수출한 ‘롤론티스’의 임상 3상을 공동으로 진행 중이다. 롤론티스는 뉴라스타보다 약효가 지속되는 시간을 늘려 자주 투약하는 번거로움을 줄인 일종의 바이오베터다. 사실상 임상 3상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어 연내에 허가를 신청한다는 계획이다.

제넥신(095700)도 터키 일코와 설립한 합작사를 통해 ‘GX-G3’의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 제품 역시 뉴라스타보다 효능을 개선한 바이오베터를 목표로 개발되고 있다. 엔지켐생명과학(183490)은 녹용에서 유래한 물질을 기반으로 하는 ‘EC-18’의 임상 2상에 돌입했다. 기존 치료제가 호중구의 생성을 촉진하는 것에 비해 이 제품은 호중구가 백혈구에서 이탈하는 것을 막아주는 것이어서 상용화에 성공하면 바이오 신약에 이름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그간 호중구감소증은 자가면역질환이나 암에 비해 상대적으로 환자 규모가 적어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암 환자가 늘면서 시장 규모도 폭발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라며 “국내 기업들이 바이오시밀러 대신 효능을 개선한 바이오베터와 신약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는 점도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이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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