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피플

[이사람 -윤구병 변산공동체학교 대표]"아무것도 버릴 것 없고 아무도 버림받지 않는 삶터 만들어야"

7~8년전부터 직접 지은 산속 흙집서 생활

간암 판정에도 병원 대신 자연치료 선택




윤구병 선생은 10남매의 막내로 태어났다. 위로 누님 한 분과 형님 여덟 명이 있었으나 모두 세상을 떠났다. 형 여섯은 한국전쟁 때 죽었고 일곱째 형은 고문 후유증에 시달리다 선생이 스물세 살이던 때 스스로 세상과 등졌다. 손위 형인 윤팔병 전 넝마공동체 대표 겸 아름다운가게 공동대표는 간암으로 투병 생활을 하다 올 초 향년 78세의 일기로 별세했다. 전쟁의 상흔과 이념의 질곡, 산업화 과정에서 생겨난 도시 빈민의 비애가 한 가정에 오롯이 새겨져 있다.

선생도 몇 해 전 간암 3기 판정을 받았다. 항암 치료를 받지 않고 병원 근처에도 가지 않는다. 대신 ‘소식다작(小食多嚼·적게 먹고 오래 씹기)’을 하면서 자연 속에서 치료하고 있다.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라고 하지 않습니까. 칠십을 넘겼으니 오래 살았습니다. 언제 죽어도 자연사할 나이가 된 거지요. 병원에 왜 가지 않느냐고요? 후손들에게 깨끗한 땅, 맑은 물과 공기를 물려주지 못하고 마구 훼손시킨 처지에 이 땅에서 좀 더 살겠다고 발버둥 치는 것은 염치없는 짓입니다.”


선생은 매달 16일이면 머리를 깎는다. 세월호 사고를 기억하고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의식이라고 했다. 당초 삼년상을 치른다는 생각으로 시작했지만 1년을 훌쩍 넘겨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세월호 사고로 상징되는 한국 사회의 부조리와 제도 교육의 병폐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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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그동안 아이들에게 정답은 하나뿐이라고 가르쳐왔어요. 아이들이 본능에만 충실했다면 가라앉는 배에서 모두 뛰어내렸을 겁니다. 근데 ‘움직이지 말고 선실에 가만히 있으라’는 지시만 믿고 그대로 있다가 떼죽음을 당한 거예요. 아이들은 그게 정답이라고 믿었던 겁니다. 한때 대학에서 학생들을 그렇게 가르쳤던 선생으로서 죄책감에 이거라도 하는 겁니다.”

선생은 7~8년 전부터 공동체 마을에서 도보로 30분 정도 걸리는 산기슭에 흙집을 지어 따로 산다. 학생들과 함께 근처에서 주워 온 나무로 석 달에 걸쳐 손수 지은 집이다.

“흙집을 지을 때 학부모들이 많이 항의했지요. 아이들에게 노역을 시킨다고. 근데 다 지은 후에 와서 보니 아이들이 너무 기특하고 대견한 겁니다. 직접 집을 설계하고 지어 본 아이들이 세상에 몇 명이나 있겠습니까. 우리가 불행한 것은 있을 것이 없고 없을 것이 있기 때문입니다. 없어야 하는 것이 있으면 없애야 하는데, 무엇을 없애야 할지를 아는 것이 비판의식입니다. 있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것은 상상력과 창의력입니다. 아이들을 학교 울타리에 가두고 통제하려고만 하지 말고 자연 속에서 마음껏 뛰놀게 해야 합니다. 그래서 있을 것만 있고 없을 것은 없는 세상, 아무것도 버릴 것이 없고 아무도 버림받지 않는 삶터를 만들어야 해요.”
/부안=성행경기자

성행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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