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버르장머리 한번 고쳐야 않겄나.” “여기 디비질 일(뒤집어질 일) 없다.”
6·13 지방선거를 코앞에 둔 9일 경북에는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그간 경북 지역은 단 한 번도 진보 후보에게 허락되지 않은 ‘보수의 아성’이었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보수 세력이 구심점을 잃으면서 대구·경북(TK)도 격동의 시기를 맞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이 TK에서 약진할 경우 이어질 총선과 대선에까지 후폭풍이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선거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을 배출한 대표적인 보수의 거점이며 경북 유권자의 약 20%가 밀집된 도내 최대 도시 포항의 민심은 향후 TK의 운명을 가늠할 척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일 사전투표소에서 만난 직장인 김진규(42)씨는 “1번 찍으려고 왔다 아입니까. 여(여기) 30·40·50대 전부 1번 찍을 깁니다”라고 변화된 민심을 귀띔해줬다. 반면 죽도시장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김모(62)씨는 “아무리 한국당이 몬한다 해도 여 사람들은 다 2번 찍을 끼라에”라고 ‘이변’이 없음을 자신했다.
이날 만난 포항 시민들의 표심은 과거 보수 후보에게 몰표를 주던 때와 달리 심하게 요동쳤다. 실제 지상파 방송 3사가 여론조사 기관인 한국리서치 등에 의뢰해 이달 2~5일 조사(각 시도 거주 800~1,008명 대상·신뢰수준 95%·표본오차 3.1~3.5%포인트)한 결과에서도 오중기 더불어민주당 후보(21.8%)가 예상을 깨고 이철우 자유한국당 후보(29.4%)와 접전을 벌였다.
변화의 진원지는 박근혜·이명박 대통령의 잇단 구속과 보수정권 8년간 침체한 지역 경제에 따른 배신감이다.
포항에서 택시를 운전하는 송모(67)씨는 “여가 한나라당 때부터 이명박이랑 형 이상득이 다 해먹었다 아닝교”라며 “여 사람들이 계속 믿어줬는데 포항 지진 났을 때 성금을 한 푼도 안 낸 기라. 배신감이 크다”고 강조했다. 포항 우현사거리에서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리던 박진태(52)씨도 “이명박이 포스코 완전 지그들 맘대로 해갖고 망쳐놨다 아이가”라며 “다음에는 뽑아주더라도 이번에는 한국당 못된 버릇 한번 고치자는 말이 많다”고 강조했다.
변화가 시작됐다고 해도 포항에서 보수 세는 여전히 강했다. 특히 현 정부여당의 지역 홀대에 대한 불안감이 컸다. 죽도시장에 장을 보러 온 박모(65)씨는 “포항에 지진 났을 때 담이 무너지고 집도 기울어졌는데 정부가 꼴랑 100만원만 줬다 아입니까”라며 “막말로 전라도 광주 같은 데서 지진 나면 이렇게 했겠습니까”라고 서운해했다. 포항역에서 만난 김기영(72)씨는 “요즘 아들이 배가 불러서 그렇지 박정희 대통령 때문에 우리가 잘 먹고 살게 된 거 아이가”라며 “나는 무조건 한국당 찍을기라”고 말했다.
급변하는 환경에 아직 찍을 후보를 선택하지 못했다는 유권자도 많았다. 자영업을 하는 김모(75)씨는 “한국당이 잘 몬 하고 있는 것은 맞기는 맞는데 그렇다고 민주당도 뭐 잘하는 게 있나”라며 “이번 선거는 진짜로 뽑을 사람이 없데이”라고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포항=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