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한 김문수(왼쪽) 자유한국당 후보와 안철수 바른미래당 후보의 야권 단일화 협상이 사실상 무산됐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서로의 사퇴 결단을 촉구하며 단일화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사전투표기간(8~9일)이 지남에 따라 협상을 중단하고 각개전투에 나선 것이다. 사전투표가 끝나 단일화 효과가 반감된데다가 중도 사퇴하는 후보의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한 까닭에 두 후보 모두 완주를 결심했다는 분석이다.
김 후보와 안 후보는 서로를 향해 “안철수를 찍으면 박원순이 당선된다(안찍박)”, “김문수를 찍으면 박원순이 당선된다(김찍박)” 공세를 시작했다. 단일화가 물 건너가자 ‘상대방 때리기’로 전략을 선회해 야권 표 끌어모으기에 나선 것이다.
김 후보는 1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안 후보는 7년 전 박 시장을 만든 산파이자 산모”라 비난하며 “박 시장의 지난 7년간의 적폐를 깨끗하게 청소할 사람은 저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안 후보를 찍으면 박 후보가 당선된다”며 “저 김문수가 박 시장 7년을 끝내고 문재인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는 시민의 간절한 바람에 대해 반드시 승리로서 보답할 것”이라 힘주어 말했다.
안 후보도 이날 서울 잠실새내역 인근에서 있었던 유세 연설에서 김 후보를 비판했다. 그는 “김 후보는 당선 가능성이 없는데 표를 분산시켜 박 후보의 당선을 돕는다”며 “(김 후보가) 출마한 것은 결국 박 후보의 당선을 돕기 위해서 밖에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안 후보는 “가능성이 높은 후보에게 지지를 모아달라”며 야권 표심의 결집을 호소하기도 했다.
다만 안 후보 측은 여전히 김 후보가 중도사퇴해 단일화를 이루는 시나리오에 대한 여지를 남겼다. 김철근 미래캠프 공보본부장은 이날 논평에서 “김 후보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후보 사퇴를 위한 애국적 용단을 내릴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투표 3일 전 만이라도 사퇴의 역사적 용단을 내려 야권보수 유권자들의 열망에 부응해줄 것을 호소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