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의 대표 얼굴이자 19대 대선 주자였던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와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는 선거 패배로 정치적 입지가 크게 좁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탄핵 정국 이후 뿔뿔이 흩어진 보수진영을 한데 모으지 못한 채 서로에게 칼끝을 겨누며 ‘보수 분열’과 ‘여당 승리’를 자초했다는 비판이 예상된다.
먼저 홍 대표는 선거 패배 책임론에 휩싸이며 2선 후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홍 대표는 선거 과정에서 주요 광역단체장 후보들로부터 선거 지원을 거부당하며 현장 유세 대신 당사를 지키는 굴욕을 맛보기도 했다. 특히 보수의 ‘철옹성’이던 부산·울산·경남(PK) 사수에 실패하며 리더십에 큰 상처를 남기게 됐다. 당내 반홍(반(反)홍준표계), 비홍(비(非)홍준표계) 의원들이 ‘독단적인 당 운영’을 문제 삼아 그의 퇴진을 주장해왔던 만큼 이번 선거의 패배 책임까지 더한 ‘대표 교체’ 요구는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이주영·원유철·정우택·유기준 등 당 중진을 포함한 전·현직 국회의원 및 당협위원장 50여명으로 구성된 ‘한국당재건비상행동’은 출구조사 발표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홍 대표와 당 지도부의 전원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홍 대표도 페이스북에 “출구조사가 사실이라면 우리는 참패한 것”이라며 “그 참패에 대한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 개표가 완료되면 내일(14일) 오후 거취를 밝히겠다”고 글을 올려 사실상 대표직 사퇴를 시사했다. 이에 따라 홍 대표는 2선 후퇴 후 잠행을 이어가며 재기를 모색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유 공동대표도 선거 책임론은 물론 리더십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당 대표이자 공동선거대책위원장으로 이번 선거를 진두지휘했지만 더불어민주당과 한국당의 틈바구니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자신의 고향이자 정치적 뿌리인 대구에서조차 참패한 것은 뼈아픈 상처로 남게 됐다. 여기에 공천 과정에서 유승민계와 안철수계의 극심한 계파 갈등이 외부로 드러난 만큼 바른정당·국민의당 통합 이후 당내 화합과 결집을 끌어내지 못했다는 비판도 감수해야 한다. 일찌감치 ‘선거 후 사퇴’를 공언했던 그는 보수 재편을 통해 활로를 모색할 가능성이 높다. 차기 대권 도전을 위해 세를 규합하며 정치 승부수를 띄울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유 공동대표는 최근 유세 현장에서 “한국당이 철저하게 반성하고 책임진다면 언제든지 그 사람들과 힘을 합칠 수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다만 한국당을 ‘적폐 정당’ ‘극복 대상’으로 규정해온 바른미래당 내 국민의당 출신 의원들의 반발로 당내 충돌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보수 재편에 바른미래당 차기 당권 이슈까지 맞물릴 경우 ‘정치인 유승민’은 또 한번 큰 정치적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