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정상회담 이후 이어질 후속회담에서 나올 결과를 ‘협정’ 형태로 만들기 위한 미국 의회의 움직임이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이 그간 자신해왔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가 이번 정상회담 공동합의문에서 빠지자 의회가 일명 ‘나쁜 합의’를 방지하기 위한 견제장치 마련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북핵 프로그램에 대한 회담 결과를 검증하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후속회담에서 북한에 더 구속력 있는 행동을 요구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되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의회 비준론’은 이날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종료 직후 공화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공화당 상원 원내 사령탑인 미치 매코널(켄터키)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만약 후속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중대한 합의에 도달한다면 협정(treaty) 형태가 되기를 희망한다”며 “행정부가 어떤 루트를 택할지는 그들에게 달렸지만 어떤 형태로든 의회로 넘어와야 한다”고 의회 비준을 촉구했다.
이는 북미 간 협상 결과를 트럼프 행정부 차원의 합의가 아니라 국제적으로 법적 효력을 갖는 협정 형태로 만들어 의회 비준을 통해 구속력을 갖도록 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정책을 지지해온 공화당의 린지 그레이엄(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 의원도 이날 NBC방송 인터뷰에서 “디테일뿐 아니라 (북미 합의에 대한) 의회의 표결을 원한다”며 비준론에 힘을 실었다. 론 존슨 공화당 의원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할 수 있는 딜(deal)을 하자”며 “만약 비준을 받지 못하게 된다면 그것은 합의 내용에 뭔가 잘못된 게 있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폴리티코는 의회 비준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로 북미회담 결과에 대해 미 정계 안팎에서 회의적 평가가 주를 이루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미 정계에서는 공동합의문에 CVID는 물론 비핵화에 대한 타임테이블조차 명시되지 않아 구체성이 결여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애초부터 이번 협상을 진정한 북한 비핵화 목적이 아니라 자신의 치적 쌓기 차원에서 바라본 것 아니냐는 불신도 의회 비준의 필요성을 고조시키는 요인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 의회는 정상회담 이전부터 북핵 프로그램에 대한 세부 사안을 의회에 정기적으로 보고하도록 하는 ‘북한 핵 기준선 법안(North Korea Nuclear Baseline Act)’을 발의하는 등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인 결정을 막기 위한 견제장치를 마련하는 데 힘을 기울여왔다./싱가포르=특별취재단 노현섭기자 hit8129@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