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 신사옥을 설계할 무렵 조선백자의 달항아리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조선백자의 경우 한국뿐 아니라 세계 예술의 정점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일종의 절제미의 핵심이 될 수 있겠다고 봤죠.”
서울 용산구 아모레퍼시픽 신사옥을 설계한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사진)는 14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시끄럽고 빌딩이 많은 도시에서는 고요함을 가진 공간이 더 큰 소리를 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영국이 낳은 세계적인 건축가다. 지난해 10월 완공된 아모레퍼시픽 신사옥은 지하 7층과 지상 22층으로 된 큐브 형태의 건물로 1층은 미술관으로 이어지는 문화공간, 2~3층은 어린이집을 비롯한 공용 문화공간, 5층은 임직원 전용 복지공간 등으로 구성돼 있다.
치퍼필드는 이어 “건물의 외관도 중요하지만 작업 공간과 사회적 공간으로서의 고민을 함께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설계 당시 이 같은 점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치퍼필드는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의 여러 이념을 생각했을 때 해당 건물을 작업 공간으로만 생각하지 않고 직원들이 회사와 소통하는 공간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모든 사람을 모이게 하는 역할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그는 “신사옥은 작은 마을의 역할도 하고 있다. 1층 사방에 문이 나 있어 사람들을 공용 공간으로 자연스럽게 안내하고 있고 미팅 장소와 공중공원 등 다양한 기능을 가진 공간”이라며 “근처의 용산가족공원이 완성된다면 도시와 공원을 이어주는 게이트웨이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더 커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 신사옥은 추후 영화제 개막식 등 다양한 문화 이벤트의 장소로 활용되며 시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역할을 다할 방침이다. 그는 “신사옥은 안에서 일하는 사람과 외부 시민 모두에게 너그러움을 심어주는 건물로 회사가 지역사회에 어떻게 동참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예”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