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특별보좌관이 “남-북-미 3국 간 협상이 계속되는 동안에는 한미연합훈련을 미룰 수 있다”고 14일 밝혔다.
문 특보는 이날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캠퍼스에서 열린 BBC 라디오 프로그램 토론회에서 “과거 1992년과 1994년, 1995년에도 한미연합훈련을 연기한 사례가 있다”며 “이미 선례가 있는데다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을 스스로 파괴하는 등 전향적 태도를 보이고 있어 한미훈련을 미루는 것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한미연합군이 축소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이미 트럼프도 다른 형태의 연합군을 구상하고 있다”고 답했다. 김지윤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도 “문 특보의 의견에 동의한다”며 “영원히 그만두자는 게 아니라 생산적 대화가 지속되는 동안만이라도 잠시 멈추자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문 특보는 6·12 북미정상회담 후 일부 언론이 제기한 ‘한국 낙관론’에 대해서도 적극 반박했다. 문 특보는 “미국과 영국 언론이 이번 싱가포르 회담에 대해 냉소적이라는 사실을 안다”면서도 “한국이 순진하다는 평가는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북한을 밀어붙여 핵을 포기하게 만든다는 발상이 순진하냐, 아니면 어떻게든 대화로 협상을 이끌어낸다는 발상이 순진하냐”며 “협상은 3국 간 신뢰를 구축해 가는 현실적 과정 그 자체”라고 못 박았다.
문 특보는 북한의 ‘벼랑 끝 전술’ 우려에 대해서도 일축했다. 황진하 전 의원이 북한의 신뢰 가능성을 문제 삼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전 지도자들과 달리 전향적으로 대화 테이블로 나오고 있다”며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쇄하고 미사일 실험을 중단하는 모습 자체가 이전과 달라졌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황 전 의원이 “크게 봐서는 연속 정권이기 때문에 달라졌다고 보기 어려우며, 북한이 더 나아질 거라고 함부로 낙관하기도 힘들다”고 지적하자 “과거를 무시하잔 게 아니라 거기에 발목 잡히지 말잔 얘기”라고 답했다.
김 연구원은 낙관론에 대해 “(한국이) 전쟁을 직접 경험한 나라인데다 과거 70년 간 북한과 교류가 많지 않아 한국인들의 감정이입이 크다고 본다”며 “다른 국가는 당장 비핵화되는지가 더 중요하겠지만 대한민국 국민은 종전 과정에 더 관심 갖고 있다”고 해석했다. 김 연구원은 이어 “구체적 가이드라인이 당장 없더라도 조급해하지 않고 평화를 향한 과정을 차근차근 밟아가면 된다”고 덧붙였다.
주한영국문화원과 BBC월드서비스는 이날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캠퍼스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를 주제로 생방송 라디오 프로그램 ‘BBC 국제 시사 토론회(BBC World Questions)’를 열고 6·12북미정상회담 성과와 결과에 대해 논했다. 사회는 조니 다이몬드 BBC 뉴스 왕실 출입기자가 맡았으며 문 특보와 황 전 의원을 비롯해 손지애 전 CNN 서울지국장과 김지윤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