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펀드닥터에 따르면 KTB자산운용의 코스닥벤처 1호펀드 설정액은 3,850억원을 나타냈다. 출시 직후 9거래일 만에 3,000억원 가량의 투자자금을 모으며 공모시장에 쏠린 코스닥 벤처펀드 투자금 중 절반 이상을 KTB자산운용이 가져갔다.
KTB자산운용 상품에 시장 자금이 집중된 것은 코스닥에 특화된 노하우 덕분으로 풀이된다. 자산운용사 중 메자닌 운용 경험이 많고 국내 최대 규모 메자닌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코스닥 중심 중소형주 운용에 대한 경험이 가장 풍부한 것도 장점이다. KTB자산운용의 중소형주 펀드 KTB리틀빅스타는 5월 말 기준 1년 수익률만 32.23%를 기록했다. 공모주 펀드인 KTB코넥스하이일드는 같은 기간 수익률이 21.34%다. 그간 KTB자산운용이 코스닥벤처펀드 출시 이전 시장에 선보인 분리과세 하이일드펀드, 메자닌펀드 등이 높은 수익률을 보이며 코스닥벤처펀드 흥행에 성공한 것이다. KTB자산운용은 2005년부터 전략투자팀에서 공모주와 프리IPO,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을 활용한 140여개 메자닌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벤처펀드의 수익률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공모주, CB, BW, 비상장신주투자 전략 등이 조화롭게 실행돼야 한다.
대형 벤처캐피탈(VC)인 KTB네트워크도 관계사로 두고 있어 다른 운용사보다 발행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분석이다. KTB네트워크는 국내 벤처캐피탈 1세대로 매년 펀드레이징과, 투자·회수 등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특히 KTB네트워크는 올해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며 KTB금융그룹과 한층 더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평가다. KTB네트워크는 지난해 말 기준 총 13개 펀드를 운용하며 12개 벤처조합, 1개 사모투자펀드(PEF)를 보유하고 있다. 운용자산 규모는 6,400억원 수준이다. 같은 기간 매출액과 영업이익 역시 각각 219억원, 82억원을 기록하는 등 국내 주요 벤처캐피탈로 꼽힌다.
시장의 호응에 힘입어 지난달 말 공모 운용사 중 유일하게 코스닥 벤처펀드 2호 상품을 출시했지만 단기간에 자금이 과도하게 쏠린 우려 탓인지 2호펀드의 흥행속도는 더딘 편이다. 2호펀드의 설정액은 아직 300억원 수준이다. 2호 펀드 부진은 과도한 코스닥벤처펀드에 대한 자금 쏠림으로 운용 위험이 커진 탓으로 평가된다. KTB자산운용은 “코스닥벤처펀드 출시 전부터 약 500억원 규모, 9건의 벤처 신주 투자를 확정했다”며 “이러한 투자대상 확보 우위를 바탕으로 2호 펀드를 운용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규모가 가장 큰 만큼 투자의 민첩성이 다소 떨어질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코스닥벤처펀드는 3년 가량 환매제한 요건이 있다. 또 코스닥시장 대부분을 차지하는 벤처기업 특성상 실적 변동성이 커 펀드 수익률에도 영향을 크게 줄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코스닥벤처펀드 출시 당시만 해도 운용업계서 경쟁적으로 고객 유치를 진행했지만 최근에는 마케팅을 자제하고 있다”며 “이미 충분한 고객들이 코스닥벤처펀드에 투자했고 투자 여건이 운용사에 다소 위험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밝혔다.
실제 이달 초 기준 KTB코스닥벤처[주식혼합]종류A 수익률은 -0.75%로 주요 코스닥벤처펀드 중에서도 낮은 순위에 속한다. 최근 코스닥 벤처펀드 포트폴리오에 많이 포함된 바이오 기업 주가가 침체하고 대북경협주가 상승하면서 초반 수익률이 부진하다는 평가다.
오히려 운용 규모는 작지만 에셋원공모주코스닥벤처기업[주혼-파생]종류A, 현대코스닥벤처1[주혼]종류A, KB코스닥벤처기업소득공제1(주혼)A 등의 성과가 더 우수했다.
미래에셋코스닥벤처기업1(주식)종류A나 삼성코스닥벤처플러스1[주식]A 등은 마이너스 수익률을 아직 면하지 못하고 있다.
아직까지 업계 수익률을 비교하기엔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나온다. 코스닥 벤처펀드에 편입된 종목 가운데 바이오주의 비중이 컸는데, 계 이슈와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 등으로 인해 바이오주 투자 열기가 식었고, 최근에는 남북경협주로 대거 자금이 쏠리며 수익률이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바이오 기업의 성과가 나타남에 따라 수익률이 차별화될 수 있고, 코스닥과 벤처기업의 특성상 단기 성과보다는 중장기 성과를 기대해야 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현재 자산 규모도 중요하지만 운용사별 전략을 면밀히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